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병상 확보 못 해놓고 ‘모든 확진자 재택치료’라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미크론 복병에 발목 잡힌 일상회복

국민 의료선택권 제약, 사각지대 우려

12월 중순으로 예상했던 코로나19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2단계가 4주간 유보됐다. 코로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가던 길목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 대책을 시행하는데, 모든 환자의 재택 치료 원칙 등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대응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 대목이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최근의 오미크론 변이 사태에 대해 “그동안 위기를 여러 차례 넘었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고비를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4주간 일상회복 1단계 와중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5배 이상인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하자 정부가 위기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 중에 크게 세 가지가 눈에 띈다.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백신 추가 접종, 모든 환자의 재택치료 원칙 정립, 경구용 치료제 조기 보급 등이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미접종자 모임 인원 축소,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청소년 방역 패스 확대 적용 방안은 논의만 하고 결정은 유보했다. 이번 특별조치에 따라 백신은 3차까지 맞아야 한다. 3차 접종 대상 연령이 18세 이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12∼17세 청소년 접종 확대와 5~12세 아동 접종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백신 확보가 또다시 큰 과제로 떠올랐다. 그제 기준으로 비축 백신은 약 1500만 회분뿐이다. 꾸준히 공급된다고는 해도 제한적인 부스터샷(추가접종)이 아니라 전면적 3차 접종을 진행하면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모든 확진자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정부 발표도 논란이다. 코로나 증상과 기저질환 유무 등 환자 상황에 근거해 정부가 입원치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데, 국민의 의료 선택권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고려한 듯 ‘단기 외래 치료센터’를 설치하고 항체치료제를 처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칫 의료공백에 따른 선의의 피해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일상회복으로 간다고 발표해 놓고 위중증 환자 병상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어제 “신규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모두 증가하고 병상 여력이 빠듯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진지한 사과는 보이지 않았다. 특별조치가 공감을 얻으려면 좀 더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