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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자존심 세운 장우진·임종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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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임종훈(左), 장우진(右)

임종훈(左), 장우진(右)

장우진(26·국군체육부대)과 임종훈(24·KGC인삼공사)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에 올랐다.

세계 랭킹 14위 장우진-임종훈 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2021 세계탁구선수권 파이널스 남자복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4위 도가미 순스케-우다 유키야 조(일본)를 3-1(8-11, 11-4, 11-9, 11-7)로 꺾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 대회 남자복식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장우진-임종훈 조가 처음이다. 과거에는 동메달만 8개 땄다.

대회 전 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포스코에너지) 조가 메달 가능성이 가장 커 보였다. 그러나 신유빈이 대회 초반 손목 부상을 당하면서 여자복식 출전이 무산됐다. 개인전에서도 조기 탈락했다. 장우진과 임종훈이 위기에 빠진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2017년 결성됐다. 파트너를 찾던 장우진이 당시 대표팀 신인이었던 임종훈과 호흡을 맞추면서다. 장우진은 오른손잡이로 포핸드가 주무기인데, 임종훈은 국내에선 드문 왼손잡이인 데다 백핸드가 강점이라서 잘 맞았다.

최현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탁구 복식에선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선수의 만남을 ‘최고 궁합’으로 친다. 신예 우진이에게 또래 종훈이는 운명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결성 이듬해인 2018년 코리아오픈과 그랜드 파이널스를 연속 제패했다. 20대 초반에 만난 둘은 국내 정상급 선수로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친형제보다 더 가깝다. 합숙 훈련을 하면서 가족보다 붙어있는 시간이 더 많다. 경기가 안 풀릴 땐 신경질을 자주 냈던 장우진은 침착한 임종훈을 만나면서 냉정해졌다. 최 감독은 “종훈이가 우진이를 엄마처럼 챙긴다. ‘찰떡 호흡’은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이번 대회를 통해 또 한 번 진화했다. 4강 상대였던 도가미-우다 조는 한 달 전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장우진-임종훈 조에 패배를 안긴 팀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1게임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내리 3게임을 따내 역전승했다. 장우진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부담을 느끼기보단 즐겨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응원해준 팬과 교민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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