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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 AI가 사고치면…유럽선 410억원 벌금, 미국은 소통 기회 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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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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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윤리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소수자 차별이나 혐오 발언 등으로 AI 윤리를 둘러싼 이슈가 불거지자 법적으로 ‘제동’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AI 윤리를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 방법은 나라별로 차이가 난다.

AI 윤리 법안이 가장 처음 등장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의회는 2019년 ‘알고리즘책임법’을 발의했다. 채용 과정에 사용된 아마존의 AI 알고리즘이 여성 구직자나 여대 졸업생을 차별한다는 비판 여론에 나오면서다. 알고리즘책임법에는 AI가 편견·차별할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인정보나 생체·유전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경우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이에 대한 모든 과정을 정부와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앤드류 젤프스트 데이터앤드소사이어티 기술법률학자는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연구소의 무탈 엔콘드 연구원은 “규제의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제품·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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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유럽집행위원회(EC)가 유럽의회(EP)에 발의한 ‘AI통일규범법’은 미국 법안보다 내용이 포괄적이다. AI통일규범법은 위험도에 따라 AI 기술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요컨대 ▶기술적 위험도가 매우 높으면 원천적으로 AI 출시가 불가하고 ▶위험도가 매우 낮으면 제한 없이 출시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위험도가 다소 높으면 까다로운 정부 보고·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위험도가 다소 낮으면 이런 절차를 완화한다.

AI가 사람의 생명·건강을 해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예컨대 당국이 용인하지 않은 AI 시스템을 활용하다 적발되면 3000만 유로(약 410억원) 이내 또는 전년도 매출의 6% 이내에서 더 큰 금액이 벌금으로 부과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국이 알고리즘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유럽은 AI 전반을 규제하고 표준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EU가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는 29일 기준으로 7개의 AI 관련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가운데 5개는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며, 2개는 상임위에 접수됐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은 대체로 AI 산업을 진흥하는 내용이고, 올 초 AI 챗봇 서비스 ‘이루다 사태’가 발생한 후 발의된 법안은 대체로 규제 성격이 짙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규제와 지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예훼손죄·모욕죄 등 현행 법률로 통제 가능한 영역은 되도록 절차적·규범적 통제만 가하고,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에 영향을 주는 AI 알고리즘에 한해 신규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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