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중단 고민하던 OPEC+…오미크론 공포에 슬며시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16:38

OPEC+의 주축 회원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과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8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OPEC+의 주축 회원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과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8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공포에 전 세계가 떨고 있지만, 홀로 미소 짓는 곳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다. 오미크론 우려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증산 중단의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OPEC+는 미국 등 6개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에 반발해 지난 8월 시작한 원유 증산계획의 철회를 검토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미크론의 등장이 좋은 핑곗거리가 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청한 OPEC+ 대표단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19 변종 등장으로 국제 유가가 1년여 만에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면서 다음 주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주유소에서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주유소에서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고공 행진하던 국제 유가는 오미크론 소식에 폭락했다. 지난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13.04% 하락한 배럴당 68.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9일 오후 2시(한국시간)에는 배럴당 71.15달러로 반등했다.

그럼에도 유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유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OPEC+는 일단 다음 달 2일로 예정했던 산유량 조정을 위한 회원국 장관급회의를 4일로 미뤘다. 내년 1월 이후의 증산 규모를 결정하는 이 회의에 앞서 오미크론 변이 여파에 대한 분석을 위해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시장은 이 회의에서 OPEC+가 증산 중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급락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여행 제한과 그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두려움을 반영한다”며 “OPEC+는 수요 우려를 앞세워 점진적 증산 계획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생산량을 일평균 1000만배럴 수준으로 줄였다가 수요가 회복되자 지난 8월부터 매달 일평균 40만배럴씩 증산해왔다.

WTI 유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WTI 유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주도의 전략 비축유 방출에 대한 OPEC+의 대응 측면에서도 오미크론은 좋은 명분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자 미국은 OPEC+에 추가 증산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인도·일본·중국·한국 등 우방국과 전략비축유 방출을 선언했다. 이에 반발한 OPEC+는 증산 중단 카드를 고려해왔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OPEC+에는 단계적 감산 완화계획을 조정할 좋은 명분”이라며 “미국 등의 전략 비축유를 공동방출에 반발해 증산 계획을 철회하는 건 외교적으로 부담스럽지만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은 감산에는 좋은 핑곗거리”라고 분석했다.

최근 13개국에서 델타형(인도) 변이보다 전염력이 센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등장한 가운데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해외 입국자들이 심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최근 13개국에서 델타형(인도) 변이보다 전염력이 센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등장한 가운데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해외 입국자들이 심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하지만 OPEC+의 섣부른 증산 중단은 국제유가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미 투자기업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애널리스트는 “오미크론 변이 피해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OPEC+의 증산 계획 중단만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가 또다시 반등해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수는 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와 함께 OPEC+를 주도하는 러시아가 차기 회의에서 증산 계획 철회에 찬성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현재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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