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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과 동시에 엑소더스, DP 월드 투어 악몽으로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막을 내린 유러피언투어 2021 시즌 마지막 경기인 DP 월드 투어 챔피언십. 25일 시작된 2022 시즌은 유러피언투어가 아니라 DP월드 투어가 됐다. [AFP=연합뉴스]

지난 21일 막을 내린 유러피언투어 2021 시즌 마지막 경기인 DP 월드 투어 챔피언십. 25일 시작된 2022 시즌은 유러피언투어가 아니라 DP월드 투어가 됐다. [AFP=연합뉴스]

“악몽으로 시작했다.”
1972년 출범한 유러피언투어가 'DP 월드 투어'로 이름을 바꿨다. 개명 후 첫 대회인 요버그 오픈은 대혼란이었다고 영국 매체들이 2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첫날 악천후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는데, 둘째 날에는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인 오미크로 변이 공포로 인해 선수들이 대거 기권했다.

유럽투어, 사우디 견제하려 개명 #개막전 코로나 공포로 대거 기권 #남아공 2개 대회 등 앞길도 험난

영국의 최고 의료 고문인 수잰 홉킨스는 “새 변종은 가장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선수인 폴 던은 “클럽하우스로 들어와 핸드폰을 켜보니 걱정하는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고 했다.

폴 던은 급히 짐을 싸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폴 던은 “코스에 남은 다른 선수들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는 남아공을 떠날 비행기가 없다. 유일한 비행편은 에티오피아 경유인데 그쪽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조직위는 기권하는 선수들을 제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36홀로 현지시간 토요일 경기를 끝내버렸다. 요버그 오픈은 DP 월드 투어(구 유러피언투어)의 개막전으로 남아공 시리즈 3개 중 첫 경기다. 남은 두 대회도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러피언투어가 50년 전통을 가진 이름을 바꾼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때문이다. 사우디는 2018년부터 유러피언투어에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를 열었다. 사우디 인권에 대한 비난이 있었지만 유러피언투어는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며 사우디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자동차 경주 F1 형식으로 전 세계를 도는 슈퍼골프리그(SGL)를 열겠다고 발표한 후 분위기는 돌변했다. 특급 선수들이 SGL에 참가한다면 나머지 투어는 마이너 투어가 된다.

PGA 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SGL 참가 선수는 영구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부자인 특급 선수들은 PGA 투어를 버리고 모험하는 게 쉽지 않다. PGA 투어는 선수들을 위한 당근으로 보너스와 상금을 포함 약 1억 달러를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일단 관망하고 있다.

미국+유럽의 서양 세력이 이기는 듯했다. 사우디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아시안 투어에 20억 달러를 투입해 10년간 10개 대회씩을 열겠다고 했다. SGL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일단 아시안투어를 발판으로 버티겠다는 거다.

PGA 투어보다 자본력이 약한 유러피언투어는 이름을 팔았다.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는 스포츠계에서 흔하다. 그러나 대회나 시리즈가 아니라 투어 자체의 이름을 파는 것은 파격적이다. 새 이름이 'DP 월드 유러피언투어'도 아니다. ‘유러피언’을 완전히 뺐다. 유러피언투어는 절박하다.

2022년 DP 월드 투어는 2021년 유러피언투어보다 상금이 7000만 달러 늘었다. 상금을 늘려 선수들을 잡아놓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폭우와 전염병 공포로 엉망진창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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