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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서비스 안 해” 중국과 헤어지려는 디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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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디즈니는 중국에서 《크루엘라》, 《정글 크루즈》개봉과 《아바타》 재개봉을 통해 누적 관객 수 10억 명을 겨우 넘겼다. 2019년에는 무려 81억 명의 관객이 동원된 것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수다.

디즈니의 하락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9월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개장으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관광객 수는 현저히 줄었다. 또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의 '샹치', '블랙 위도우', '이터널스' 등 여러 편의 영화 개봉은 중국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16일 중국을 제외한 홍콩, 대만에서 디즈니+가 론칭했다. ⓒ디즈니플러스

지난 16일 중국을 제외한 홍콩, 대만에서 디즈니+가 론칭했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와 각별했던 중국

디즈니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중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다. 1996년 베이징에서 물꼬를 튼 디즈니는 약 26년간 중국에서 디즈니 제국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특히 2016년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개장은 중국 내 디즈니 산업의 힘을 과시하는 신호탄이 됐다.

디즈니는 항상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할리우드 회사 중 하나였다. 1986년 중국 관영매체 CCTV와 디즈니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 애니메이션 방영을 시작했다. 당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상하이 지도자들에게 디즈니랜드를 건설하겠다는 영감을 줬다.

1990년 상하이 시장의 LA 디즈니랜드 방문 당시, 디즈니사 사장에게 '상하이'라는 이름이 디즈니의 지도에 표시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약 16년 뒤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Robert Iger) 디즈니 6대 CEO가 취임하며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로버트 아이거는 취임 전부터 20년 동안 상하이를 40번 이상 방문하며 디즈니랜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 중 하나였다.

디즈니 6대 CEO 로버트 앨런 아이거. ⓒ디즈니

디즈니 6대 CEO 로버트 앨런 아이거. ⓒ디즈니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개장으로 디즈니 차이나의 위상은 절정에 달했다. 2016년~2019년 약 3년간 디즈니랜드의 고정자산투자는 상하이 GDP에 연평균 0.13%에 기여했다. 개장 1년 만인 2017년 월트 디즈니 4분기 재무보고에 따르면 상하이 디즈니는 운영 첫해 흑자를 보이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글로벌 테마파크로는 처음 중국에 진출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상하이 현지 관광은 물론 장강삼각주의 종합적인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2020년, 로버트 아이거의 퇴임과 함께 중국과 디즈니의 관계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됐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CGTN

상하이 디즈니랜드. ⓒCGTN

80억 명에서 10억 명으로…中과 멀어지는 디즈니

지난해 2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영화 시장은 침체기를 맞이했고, 대다수의 영화는 개봉을 무기한으로 연기해야만 했다.

지난해 7월 영화시장이 재개된 이후에도 디즈니는 영화 개봉을 미뤘다. 디즈니와 마블이 공개한 라인업에 따르면 총 10편이 공개돼야 했지만 '이터널스', '블랙위도우', '샹치 오브 더 텐 링즈'는 목록에서 제외됐다.

톱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한국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는 메가폰을 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 중국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면서 일찌감치 중국 정부의 검열 대상이 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과거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거짓이 판치는 나라”,“나의 나라는 미국”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밝혀지며 중국 정부는 감독에 대한 보도를 전면 금지했다. 자오 감독의 차기작인 '이터널스'의 개봉 금지는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배우 마동석(오른쪽)과 클로이 자오 감독(왼쪽). ⓒAP/뉴시스

배우 마동석(오른쪽)과 클로이 자오 감독(왼쪽). ⓒAP/뉴시스

마블 영화 최초로 ‘중국계 히어로’를 다룬 '샹치'의 중국 개봉 금지 역시 디즈니의 추락에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샹치' 예고편 공개 이후 “중국 국민을 모욕하는 작품”이라며 줄곧 비난해왔다.

이는 극 중 양조위가 연기하는 만다린이라는 역할 때문인데, 서양인이 갖는 동양인의 부정적 이미지가 형상화된 악당 캐릭터로 인종차별적 캐릭터로 치부될 수 있어서다. 또 해당 인물을 통해 중국 정부가 무력하고 무능하게 묘사되고 위구르 문제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있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양조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의 활동을 금지한 바 있다.

ⓒ마블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중국 흥행 성공을 위해 대대적 마케팅을 벌였던 디즈니는 끊임없는 중국 정부의 검열과 논쟁에 휘말리며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모양새다. 영화 개봉이 속속 취소되며 지난해 80억 명이었던 디즈니 영화 관객 수는 10억 명으로 줄었다.

디즈니 플러스마저… 중국 진출 안 해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 11월 전 세계에서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제외했다. 중국 본토에 진출할 합법적인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디즈니는 중국 본토와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 여부가 아시아 시장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뿐만 아니라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결국 디즈니 플러스 출시에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홍콩과 대만에선 정식으로 서비스가 론칭됐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전문가들은 이는 최근 지속하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넷플릭스가 중국에 서비스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세계 대부분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과 같은 서비스엔 중국이 접근할 수 없다. 글로벌기업을 규제하면서 자국 시장 몸집을 불리기 위함이다.

또 지난 16일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이라 불리는 인터넷 검열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새로운 규정을 내어놓았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국경을 넘는 데이터 안보 관문을 우회하거나 관통하기 위한 인터넷 접속·서버 구축·기술 지원·홍보·앱 다운로드·결제를 포함한 프로그램·장비·경로 혹은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중국 당국은 특정 거대 다국적기업에는 만리방화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별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허가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국 시장을 향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디즈니가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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