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귀속에 돌?…소화 기능에 이상이 생겼군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 (111) 

부축을 받고 들어온 환자가 의자에 가까스로 앉는다.

원장님, 세상이 빙빙 돌아요. 자다 깨서 침대에서 눈 뜨는 게 무섭습니다. 속은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고, 머리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요.”

말하는데 기운도 없다. 50대 초반으로 평소 소화불량이 자주 있었고, 최근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요즘 이런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부쩍 많아졌다. 어지럽다 보니 뇌의 문제가 걱정되어 CT 같은 검사를 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듣는다. 그러다 이비인후과를 가서 이상한 이름을 듣는다. “메니에르 같습니다.” 메니에르? 이게 뭐지? 또는 ‘이석증이네요’이라는 진단도 내려진다. 귓속에 돌?

대다수의 메니에르 환자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청력이 감소하며, 귀가 울리거나 먹먹한 증상을 느낀다. 귓속의 달팽이관이나 내이 부분의 순환 이상으로 발병되며 이석증을 동반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대다수의 메니에르 환자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청력이 감소하며, 귀가 울리거나 먹먹한 증상을 느낀다. 귓속의 달팽이관이나 내이 부분의 순환 이상으로 발병되며 이석증을 동반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메니에르는 19세기 이 질환을 알린 프랑스 의사의 이름을 딴 병명이다. 주로 어지럼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청력이 감소하며, 귀가 울리거나 꽉 찬 듯한 먹먹한 증상이 동반된다. 귓속의 달팽이관이나 전정기관, 반고리관 등이 모여 있는 내이(속귀) 부분의 순환 이상으로 인해 부어 생기기 때문에 내림프수종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석증 역시 이 부분의 기능 이상에서 생기는데, 속귀는 청각에도 관여하지만 평형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이석증은 평형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귓속의 돌이 균형을 못 잡고 빠져나오게 되면 마치 땅에 있는데도 뱃멀미를 하는 듯한 증상이 생긴다. 이렇게 내림프관이 붓고, 귓속의 돌이 빠져나오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의학에서 현훈(어지러움) 편이라든지 담음(노폐물) 편 등을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증상을 나열하고 치료법을 밝혀 놓은 조문을 찾을 수 있다. 그 조문을 분석해 보면 소화 기능의 이상과 기운이 위쪽으로 올라가지 못해 머리 쪽의 기부족 증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운을 북돋는 치료와 소화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근간으로 해 귀 쪽의 부종을 조절하고, 머리 쪽의 순환을 돕는 치료를 하면 메니에르와 이석증을 치료할 수 있다.

기운을 올려주는 주요 약초로는 인삼·황기 같은 보기약이 있고, 머리의 순환을 돕는 약재로 천마·백지·석창포·원지 등 총명탕에 쓰는 재료가 있다. 또 소화기의 문제를 돕는 백출·복령이나 소화기 전체를 돌보고 노폐물 제거를 하는 해독 작용이 있는 반하, 그리고 부종을 빼기 위한 이뇨작용이 있는 택사 같은 약재를 조합해 처방한다.

또 순환을 위해서 목과 어깨, 두피 쪽의 혈 자리를 자극해 주고, 목뼈를 바로 잡아주면 훨씬 치료가 빠르다.

평소 과로·스트레스는 당연히 피해야 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짠 음식, 흡연, 카페인은 이 질환을 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니 저염식을 하고, 금연하며,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삼가야 한다. 잠은 충분히 자고, 증상이 있으면 휴식을 취하돼, 평소에는 적당한 중강도 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씩 하기를 권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