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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몰랐던 ‘예민한 아이’ 잠재력…두 가지만 알면 된다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06:00

업데이트 2021.11.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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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다”는 말,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말을 듣고 우쭐한 기분이 든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예민하다’라는 단어 속 드리워진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인데요. “아이가 예민해서 힘들다”고 말하는 부모님의 근심 어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여기, 이 예민함을 다른 시선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아정신과 교수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최치현(40) 교수입니다. 그는 예민함을 잠재력으로 뒤집어 봅니다. 외려 잘만 키워준다면 예민한 아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까지 합니다. 심지어 이 주제로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유노라이프)이라는 책을 낸 그를 지난 23일 그의 진료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관찰’과 ‘조절’이라고 하는 최 교수의 이야기를 문답으로 전합니다.

최치현 교수는 아이들이 갖는 예민함은 오히려 특별한 재능으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오감에 예민한 아이는 세상을 풀HD(초고화질)로 느끼기에 작은 색감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최치현 교수는 아이들이 갖는 예민함은 오히려 특별한 재능으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오감에 예민한 아이는 세상을 풀HD(초고화질)로 느끼기에 작은 색감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예민한 아이를 주제로 책을 쓰셨는데, 계기가 있나요?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데엔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그런데 요즘 사회를 보세요. 본인만의 특성, 개성, 특별함이 있어야 성공하잖아요. 예민한 아이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어요. 예전엔 독특하면 배척받았지만, 요즘은 독특해서 인정받는 문화로 바뀌고 있어요. 그러니 예민한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진료실에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조금 도움이 될만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병원에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들을 조합해 쉽게 전달하는 것을 스스로 잘할 수 있겠다고 여겼거든요. 사실 의학은 질병과 질병이 아닌 것을 나누고, 질병에 초점을 맞추잖아요. 저는 질병이 없어도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병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번 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쓰게 됐습니다. (웃음)
같은 질문인데, 그중 예민한 아이라는 주제를 들고나오신 건요?
부모님들이 양육하다가 힘든 경우, 혹시 아이가 예민한 게 아니냐고 종종 말해요. 예민한 건 하나의 특성일 뿐인데,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요.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부정적인 이미지는 예민함 자체가 아니라, 그 예민함을 잘 다루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모습에서 오는 오해거든요. 예컨대, 감정조절이 안 되어서 친구들과 다툼이 생긴다거나,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분리불안을 느끼거나,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쭈뼛거리거나 위축되는 것은 예민함 때문이 아니라 예민함이 조절되지 않는 데서 옵니다. 근데 그걸 잘 관리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있다고 봐요. 긍정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부분만 본다면 논리적인 오류가 있는 겁니다. 이분법적인 부분을 피해야 해요. 스펙트럼의 개념이거든요. 이번엔 제가 물어볼께요. 외향적이세요? 내향적이세요?
때마다 다른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런 걸 스펙트럼으로 보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볼까요. 16가지 종류가 있는데, 50억명을 16가지 특성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예민함과 둔감함으로 나누는 것이 옳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에요. 청각이 예민하고, 시각이 예민할 뿐, 부정적인 것으로 함몰해 보면 안 된다고 봐요.
예민함의 긍정적인 부분이 뭘까요?
오감이 예민한 아이는 작은 소리도 더 크게 인식하고요, 세상을 일반 화질이 아니라 풀HD(초고화질)로 봐요. 더 큰 자극을 받다 보니 예술성이 있고 작은 색감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사람은 관찰력이 좋은 겁니다. 관찰력은 공감 능력의 전제조건이기도 하고요. 공감력이 좋은 것이니 트렌드 세터가 될 수도 있고, 마케팅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가 될 수도 있고요. 모든 것엔 장단점이 고루 있는데 한 가지에 몰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다양한 고민을 상담하러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최근엔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다양한 고민을 상담하러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그럼 예민하다는 것은 어떻게 파악하면 좋을까요?
예민과 둔감은 나눌 수 없어요. 스펙트럼이기 때문에요.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아이, 별것이 아닌데 유별나게 구는 친구들도 있고요. 예컨대 걱정할 일이 아닌데, 유별나게 걱정하는 아이도 있어요. 친구가 그냥 하는 말인데 곱씹어 생각해보고, 집에 가서 또 생각하고 그런 경우요. 음식에 대해 예민한 아이, 대인관계에서 친구의 표정이나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는 것도 있고요. ‘예민하다’는 모습은 다양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나에요. 자극을 많이 받고, 수신 기능이 좋아서 크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그럼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많이 듣는 이야기일 텐데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시면 됩니다. ‘왜 너만 유별나게 그러냐. 다른 친구들은 발표를 잘하는데 왜 너만 못해.’ 이런 것만 안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민함은 타고나는 것이거든요. 기질이에요. 얼굴이 까만 사람에게 왜 얼굴이 까맣냐고 안 하잖아요. 외모나 키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안 하는데, 이상하게 성격은 의지나 노력의 영역이라고 보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양육의 목적은 예민한 아이를 예민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민한 상황에서 자신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에 있어요.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부모의 관찰이 중요해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예민한지를 관찰하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어떻게 느꼈어? 왜 그런 것 같아?”하고요. 아이가 스스로 ‘내가 이런 상황에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구나’ 깨달을 수 있도록이요. 두 번째는 피할 수 있으면 예민한 상황을 피하도록 해주세요. 아이가 분리불안이 있거나 새로운 환경에 매우 낯설어하는데 억지로 뭔가 하도록 한다면 하지 말아야 해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 취향의 문제라면 그런 상황은 피하도록 해주세요. 예를 들어 볼까요? 밥상머리에서 아이가 시금치를 안 먹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시금치를 안 먹는다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까요? 먹도록 권하는 것은 좋지만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취향일 뿐이죠. 내가 지금 부모로서 하는 행동이 옳고 그름의 문제인지, 취향과 성향 차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상은 밥상머리에서 아이에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웃음)
아이들은 스스로 경험했을 때 잘 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먹을 기회를 줘야 해요. 강압적으로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또 다른 예를 들게요. 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일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획적으로 해야 해요. ‘너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아이가 왜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청각에 예민한 아이라면 귀마개를 해주고, 차에 타서 느끼는 진동에 예민하면 쿠션을 주는 등 자극을 조절해주면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무조건 참으라고 하면 아이는 용기조차 안내요. 아이에게 주는 자극의 양을 조절해주고, 계획을 갖고 예민함을 조절해주세요. 밥 먹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거든요. 식사시간이 전투시간이 되면 안 됩니다. 먹고 싶은 것도 먹기 싫어지거든요. 부모는 좋은 의도로 말하지만, 관계를 해친다면 득보다 실이 많아요.
최치현 교수는 "예민한 아이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예민하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일 것이 아니라 아이의 긍정적인 잠재력으로 돌아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최치현 교수는 "예민한 아이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예민하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일 것이 아니라 아이의 긍정적인 잠재력으로 돌아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생각보다는 쉽진 않을 것 같은데요.
단계적으로 아이가 감당할 정도의 계획을 갖고 도와주세요. 충분한 시간을 주고, 해보라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거예요. 예민한 아이는 집 밖에 나갈 때 머리도 원하는 모양대로 해야 하고, 신발 끈도 다시 묶어야 해요. 그런 아이라면 약속 시각을 30분 여유를 두고 조급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부모님도 스스로 객관화할 필요가 있어요.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조급함 때문에 아이와 다툼이 생길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는 시간 간격을 두고 보세요. 한 달, 6개월, 1년 단위로 보세요. 어린이집에 가서 말도 못하던 아이가 웃고 있다, 친구에게 말을 건다, 그렇다면 발전한 거잖아요. 아이만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죠. 그럼 10번 화낼 것을 한두 번으로 줄일 수 있어요. 
부모가 관찰력이 좋고, 부지런해야겠네요.
부모인 나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거죠. 모든 것을 부모인 내가 다 컨트롤해야 하려고 하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부모님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 덜 신경 쓸 수 있다는 결단이 필요해요. 어린아이 중에, 잠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추워서 어떻게 해’하면서 아이랑 싸우면 진이 빠지죠. 이럴 때 ‘입고 가. 대신 엄마가 코트 하나를 챙겨줄게.’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경험해보고 아니다 싶어야지 행동이 교정되는 것이지, 부모 기준에서 옳다고 생각해서 싸워서 하는 거라면 아이도 부모도 불필요한 에너지만 쓰게 됩니다. 뭘 더 줄일지를 고민하는 것도 부모로서 필요해요. 저는 부모님들께 판단보다 이해부터 하라고 해요. 해결책을 주려고 하기보다 들어주는 것이 먼저예요. 고민하는 부모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부모보다 훨씬 더 괜찮은 부모일 가능성이 높으니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관찰할 때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 사진 유노라이프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 사진 유노라이프

①아이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해요.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라면,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까봐 무서울 수도 있어요. 왜 그럴까를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주세요.
②섣부른 개입은 하지 말아주세요. 어린이집에 가서 불안해하는 아이라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기 전에 “왜 그러니? 뭐가 무서울까?” 먼저 물어봐주세요.
③아이가 보이는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해주세요. 말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정과 몸짓, 자세도 관찰해주세요.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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