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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노화 줄기세포 시술도 뇌물" 이해동 전 부산시의장 유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이해동 전 부산시의회의장. 사진 부산시의회

이해동 전 부산시의회의장. 사진 부산시의회

공무원이 의사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줄기세포 시술을 무상으로 받은 경우에도 뇌물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줄기세포 무상 시술도 뇌물”이라며 이해동(67) 전 부산시의회 의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형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시의원 시절 청탁…줄기세포 시술 3회 받아

이 전 의장은 2002년 제4대 부산시의회 시의원에 당선된 뒤 4선에 성공해 2018년까지 4·5·6·7대 시의원을 거쳤다. 특히 6대와 7대 시의원이었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시의회 부의장과 의장을 맡았고, 2018년에는 경제문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그해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연제구청장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인사였다.

2017년 이 전 의장은 지인으로부터 의사 A씨를 소개받았다. A씨는 센텀시티에 있는 의원을 운영하며 환자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성체줄기세포를 선별·배양한 뒤 세포치료제로 만들어 냉동 보관하고 시술하는 일을 했다. A씨는 이 전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산시 의료관광 추진 업무에 대해 시의원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줄기세포 치료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했다.

의원실에서의 만남 뒤 이 전 의장은 A씨 의원을 5차례 찾았다. 이 중 3번은 실제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의원을 방문해 간해독 프로그램을 받고, 자가성체 줄기세포 항노화 프로그램 시술을 3회 받았다. 검찰은 이 시술이 시의원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는 시술이라 보고 이 전 의장을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의사의 줄기세포 무료 시술도 뇌물 될까

이 전 의장이나 의사 A씨 측은 "병원 홍보용 시술이었을 뿐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 법원은 직무관련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시술의 정확한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서 ‘액수 미상의 뇌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때 해당하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은 무죄 판결했다. 당시 해당 의원의 시술 가격표에는 이 전 의장이 받은 시술의 가격이 3회 240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A씨 측은 “지인이나 난치병 환자 등에게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술하거나 비용을 받지 않고 시술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의장이 받은 시술이 현행 약사법상 불법 시술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가액을 매기기 모호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1심은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지만 ‘액수 미상 뇌물’이었기 때문에 벌금이나 추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뇌물로 인정된 된 줄기세포 시술의 가액을 2400만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성매매나 필로폰처럼 불법으로 암암리에 거래되는 재화나 용역이라 해도 특정 사업장에서 영업용으로 판매되는 것이라면 그 사업장에서 통상 구매자들에게 제시되는 가격과 실제 거래금액을 기준으로삼아 뇌물 액수를 객관적·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은 해당 병원의 176건 시술 사례 중 이 전 의장이 받은 시술과 비슷한 사례를 참조하고 병원의 시술가액표를 고려해 이 전 의장은 2400만원에 달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전 의장의 뇌물수수와 부정청탁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500만원과 추징금 2400만원을 부과했다. 대법원도 지난 11일 이를 옳다고 보고 이 전 의원측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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