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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급성 심근경색 치료, 생체적합도 높인 2세대 스텐트로 성공률 99.9%"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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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인터뷰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텐트 삽입술을 통한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백지현 객원기자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텐트 삽입술을 통한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백지현 객원기자

겨울 문턱에서 대비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심근경색이다. 추위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심근경색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3259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심근경색의 표준치료법은 막힌 혈관에 스텐트를 넣는 ‘관상동맥 중재술’이다. 스텐트가 진화하면서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있다. 연간 3000건 이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실시해 온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정명호(63) 교수에게서 심근경색의 증상·진단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심근경색의 의심 증상은 뭔가.
“가슴이 답답하면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다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 흉통의 정도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 단계의 통증으로 출산, 요로결석, 급성 췌장염의 통증보다 심하며 30분 이상 지속한다. 왼쪽 팔 안쪽에 방사통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상복부 통증, 구토,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장병·두통으로 오인해 소화제·두통약을 복용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생기면 통증이 없을 수도 있어 더 위험하다. 식은땀이 나거나 숨이 가쁘고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질환은 암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사망 원인 1위는 심근경색과 협심증이다. 증상을 빨리 알아채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이송 직후 어떤 검사·치료를 하나.
“우선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를 통한 심근 효소 수치 측정 등을 토대로 심근경색을 진단한다. 막힌 관상동맥이 확인돼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술 치료 시스템을 갖췄다면 이 시술을 먼저 시행한다. 이 시술은 안쪽에 풍선이 달린 스텐트를 허벅지·손목·손등 등의 혈관을 통해 막힌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은 다음, 풍선을 부풀려 스텐트를 부풀리고 풍선만 쏙 빼내는 방식이다.

확장된 스텐트는 혈관 벽을 지지하며 혈관 내 공간을 확보한다. 이 시술의 성공률은 98% 이상으로 높다. 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술 시설을 갖추지 못했거나, 1시간 이내 시술할 수 없으면 혈전 용해제를 팔의 정맥에 주사한다. 막힌 혈관을 녹이는 방식인데, 성공률은 70% 선이다. 혈관이 너무 꽉 막혀 혈관 확장술을 시도할 수 없을 땐 흉부외과에서 가슴을 열고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한다.”

관상동맥 중재술도 진화했는데.
“그렇다. 초창기의 금속 스텐트(BMS)는 시술 후 혈관 세포가 증식하고 혈관의 재협착률이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폴리머’라는 중합체(여러 분자가 결합한 화합물)를 이용해 특수 약물을 스텐트에 코팅한 후 스텐트에서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약물 방출형 스텐트(DES)’로 대체됐다. 그중 1세대 약물 방출형 스텐트는 혈관 재협착을 막는 ‘탁셀’ 계열의 약물을 스텐트에 코팅한다. 코팅된 약물은 스텐트 시술 후 혈관에서 6개월간 서서히 분비되는데,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혈관의 재협착률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의 생체적합도가 떨어져 혈관 내피세포가 스텐트를 덮는 시간이 지연되고, 스텐트 삽입 부위에서 혈전이 생기는 등 과민반응을 유발하기 쉬웠다.

이 단점을 보완한 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2세대 약물 방출형 스텐트다. 2세대는 1세대보다 스텐트가 가늘면서 코팅 약물을 리무스 계열로, 폴리머를 세포막 성분으로 바꿔 생체적합도를 높이고 과민반응을 줄였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1세대의 시술 성공률은 99.8%, 2세대는 99.9%로 100%에 가깝다. 1~2세대 스텐트 모두 시술 후 재발률은 6.8%에 불과하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심 증상이 있을 때 119 안전신고센터를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일반적으로 2시간으로 알려졌지만, 증상 발현 후 1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1시간 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12시간 후, 24시간 후, 심지어 72시간이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도 있다. 노인의 경우 이상을 직감할 때 119 구급차를 부를지, 자식에게 연락할지를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 골든타임을 까먹는다.

흉통 등 증상이 나타날 때 개인적으로 이동하려 하지 말고 119 구급차를 이용해야 차 안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으며, 관상동맥 중재술이 가능한 대학병원에 우선 이송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심근경색 발병·재발을 막기 위해 금연은 필수다. 니코틴이 혈관 벽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인데, 심근경색 환자 2명 중 1명이 흡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름진 음식 섭취는 줄이고 하루 1시간씩 7000~1만 보를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유산소 운동도 병행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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