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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야, 철판이야” 냉장고 컬러문, 세계 최초 기술이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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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5일 부산 남구 감만동의 동국제강 부산공장. 5CCL(컬러 강판 생산라인)의 마지막 단계인 현장검사실에선 분당 70m 속도로 컬러 강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연으로 도금해 은빛을 내는 너비 1m, 두께 0.5㎜의 강판이었다. 방금 디지털 프린팅 공정을 거친 강판에 살짝 손을 대보니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졌다. 정교한 나무 무늬가 철판이 아닌 벽지에 인쇄된 것처럼 보였다. 이 강판은 고급 건축물의 문짝으로 쓰인다.

핫코일을 씻은 뒤 아연으로 도금한 강판의 모습. 김영주 기자

핫코일을 씻은 뒤 아연으로 도금한 강판의 모습. 김영주 기자

이 공장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컬러 강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20년간 컬러 강판을 만들어온 최오식 럭스틸생산팀 기장은 “표면 청소 등 도금·도장의 노하우가 부산공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최 기장은 “한 (생산) 라인에 8~9명씩 4교대로 일한다. 근속 기간은 평균 12~15년”이라고 전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 강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생산 라인 아홉 곳에서 연간 85만t을 생산한다. 지난 9월에는 가전용 컬러 강판을 생산하는 S1 CCL(스페셜1 컬러 강판 생산라인)의 가동을 시작했다. 강판에 특수 필름을 입혀 색상·무늬·질감을 표현하는 ‘라미나’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 공장에선 라미나 기술에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섞어 컬러 강판을 생산 중이다. 1600㎜의 광폭으로 강판을 생산할 수도 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디지털 프린팅 방식으로 컬러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디지털 프린팅 방식으로 컬러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냉장고 문에 맞춰 2m 길이로 자른 강판을 들고 흔들어봤다. 찰랑찰랑하는 쇳소리가 아닌 두꺼운 종이나 장판처럼 꿀럭꿀럭하는 소리가 났다. 이 공장의 김덕민 품질관리팀 차장은 “필름을 붙인 라미나 제품을 만져보면 일반 강판보다 따뜻하다. 이런 느낌 덕분에 냉장용 문으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생산한 다양한 컬러 강판. [사진 동국제강]

동국제강이 생산한 다양한 컬러 강판. [사진 동국제강]

S1 CCL을 빠져나오자마자 야적장이 나타났다. 동그랗게 말린 ‘핫코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쇳물에서 나온 판재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얇게 누른 강판(열연강판)이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포스코나 인도·중국 제철소에서 핫코일을 가져온다. 여기에 표면 처리를 하고 아연으로 도금한 뒤 다양한 형태의 컬러 강판으로 가공한다. 녹물이 낀 ‘반 제품’의 때를 벗기고 예쁘게 단장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시 탄생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장 야적장에 쌓아둔 핫코일 가격은 t당 1000달러(내수 유통 기준) 수준이다. 여기에 아연 도금을 하면 t당 가격이 140만~150만원으로 상승한다. 이후 컬러 프린팅을 하면 t당 180만~190만원, S1 CCL에서 라미나 공정을 거치면 t당 250만원까지 올라간다. 핫코일을 가져와 3~4개 공정을 거치면 100~150%의 부가가치가 생기는 셈이다.

컬러 강판을 활용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 삼성전자]

컬러 강판을 활용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 삼성전자]

동국제강은 가전용 컬러 강판 브랜드로 앱스틸을 선보였다. 삼성·LG전자와 함께 일본 샤프·미쓰비시·파나소닉, 미국 월풀 등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컬러 강판 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달 ‘DK 컬러비전 2030’을 내놨다. 2030년까지 연간 생산량은 100만t으로 늘리고 매출액은 2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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