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개 식용 금지 논란과 사회적 합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설채현 수의사

설채현 수의사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개 식용 의향과 최근 1년간 개고기 섭취 여부를 묻는 말에 각각 84%와 90.2%의 국민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는 찬성과 반대가 근소한 차이로 엇갈린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국민이 현재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가족이고 다른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는 감성적인 접근을 제외하고 현재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개를 먹기 위해 행해지는 일련의 과정에 많은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고 많은 개 사육시설이 개발제한구역법·가축분뇨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 도축과정에서도 동물보호법 위반이 자행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선택권이 있다. 개 식용 금지, 현재 상태 유지, 그리고 개 식용 합법화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현상 유지가 아니다.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에게 “개 식용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아닌 개 식용 금지와 합법화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 식용을 합법화할 경우 사육·도축·유통 등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정확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더라도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중국마저도 개 식용을 금지했다. 세계적으로 개 식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 식용 합법화에 대한 논의기구를 구성해 타당성 조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아마 천문학적 검증 비용이 들 것이고, 한국 국민이 합의를 이뤘다 해도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반대로 개 식용을 금지한다면 관련 업종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봐야 한다. 오랫동안 이 업종에 종사한 이들은 생활고에 직면할 수 있다. 납득할만한 전업이나 보상책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 선택지는 개 식용에 찬성하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합법화와 금지 둘 중 하나여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