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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엘비스 프레슬리도 당했다, 변비가 몰고오는 치명적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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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이 더 무서운 변비

변비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대개 대변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약해져 배변이 좀 힘들 뿐이라고 가볍게 넘긴다. 변비는 그 자체보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 단단하게 뭉친 대변이 장 속에 켜켜이 쌓이면 장폐색·복막염·게실염·치질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한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변비가 만성화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 변비는 부끄럽다고 감출수록 증상이 악화해 고통이 커질 뿐이다. 사소해 보인다고 변비를 방치하면 안 되는 배경이다.

1 단단하게 뭉친 변이 치질·장폐색 유발
변비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일상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변비는 작은 불씨와 같다. 소리 없이 세력을 넓혀 가다 어느 순간 불길이 치솟으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만성 변비는 대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치질이다. 변비로 딱딱하게 변한 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강하게 힘을 주는 과정에서 항문 주위 혈관이 자극을 받아 치질이 생길 수 있다. 변이 나오는 과정에서 항문 점막이 찢어지기도 한다. 대변이 배출되지 않고 계속 대장에 쌓여 생기는 문제도 있다.

신체 활동량이 적은 고령층에게 변비는 치명적이다. 돌처럼 딱딱해진 변이 장을 누르면서 장 폐색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변의 부피가 점점 커져 장이 늘어나는 거대결장, 늘어난 장벽이 얇아지다 찢어지는 장 천공, 뚫린 구멍으로 변이 새어 나와 오염돼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 등으로 악화한다.

2 밀어내는 힘 약해지면서 배변 자체가 고통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상으로 규칙적이면 변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다. 배변 횟수만큼 얼마나 변을 보기 편한지도 중요하다. 배변할 때 적어도 4번 중 1번은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있을 때, 토끼 똥처럼 모양이 동그랗고 딱딱한 변을 자주 볼 때, 손가락으로 아랫배를 누르는 등 부가적인 처치가 필요할 때도 의학적으로 변비를 의심한다.

다이어트 등으로 식사량이 적은 사람은 변비가 아니어도 배변 횟수가 주 3회보다 적을 수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문정민 교수는 “어떤 이유로든 배변이 불편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만성 변비”라고 말했다. 대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연동운동을 하면서 대변을 항문까지 이동시킨다. 그런데 변비로 대변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면 배변 자체가 고통으로 변한다. 대변이 장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딱딱하게 변한 대변으로 변비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3 배변 돕는 변비약이 변비 악화하기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변비약의 80% 이상은 자극성 변비약이다. 먹자마자 화장실을 폭파시킬 듯 대변이 쏟아진다. 자극성 변비약은 장 점막을 직접 자극해 장을 운동시켜 배변 활동을 유도한다. 약 복용 후 빨리 배변할 수 있지만 장에는 상당한 자극이 된다. 변비 초기부터 복용하면 변비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져 점점 약 복용량이 늘고 변비약을 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스트레스성 장 경련으로 토끼 똥 모양의 변이 한두 개 떨어지는 경련성 변비는 자극성 변비약을 먹으면 변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무심코 먹은 변비약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키는 셈이다. 변비약은 자극이 약한 것부터 단계별로 사용해야 한다.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사장) 교수는 “가벼운 변비라면 장에 있는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늘리고 변을 묽게 만드는 약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효과는 느리지만 장기간 복용해도 장 기능 저하 등 부작용 위험이 적다.

4 급성 변비라면 대장암 의심해야
변비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임상적 근거는 불충분하다. 대장암을 감별 진단하는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변비가 있다고 대장암이 더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관찰 연구도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생긴 변비는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이항락 교수는 “대장암이 있으면 급성 변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이 증식하면서 장 내부가 좁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실제 대장항문학회에서 대장암 환자 1만7415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7명 중 1명은 대장암 진단 전 변비로 고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만 50세 이상으로 변이 가늘어지고 갑자기 변비가 생기면 대장암을 의심한다. 특히 식이 조절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었거나 혈변을 봤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다.

5 식이섬유 섭취량만 늘리면 속 불편해져
며칠에 한 번씩 몰아서 변을 보거나 변의 굵기가 가는 사람은 식사량, 특히 식이섬유의 양을 늘려 보자. 통곡물이나 해조류, 과일, 채소 등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을 통과할 때 장 내벽에 달라붙은 유해균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대변의 양을 늘려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 최석채 교수는 “변비라고 무작정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면 배에 가스가 차면서 부글거리는 복부 팽만감 등으로 속이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릴 땐 하루 1.5~2L 정도의 물도 충분히 마신다. 식이섬유로 덩치를 키운 대변을 물이 부드럽게 만들어줘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주 1회 이상 완전 자발적 배변 횟수를 늘려 변비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식품은 키위·프룬 정도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포함된 덜 익은 감·바나나 등은 장 점막 수축을 야기해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6 당뇨병·파킨슨병 앓으면 변비 주의
앓고 있는 질병이나 먹는 약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2차성 변비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대장의 운동 반응이 느려지고 대변의 대장 통과 시간이 길어지면서 변비가 생긴다. 당뇨병 환자는 대장의 위장관 운동을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정상인의 40%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뇌졸중·파킨슨병·치매 등 신경계 질환도 마찬가지다. 장운동과 배변 활동에 관여하는 위장 신경계가 손상돼 원활하게 배변하지 못한다. 먹는 약으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칼슘 통로 차단제(CCB)가 대표적이다. CCB는 원래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근 수축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장운동 기능도 약화시켜 대변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마약성 진통제나 항우울증제, 알루미늄이 함유된 제산제, 철분제 등도 변비가 잘 생긴다. 약으로 인한 변비는 치료제를 바꾸거나 용량을 줄인다. 단국대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신정은(변비연구회 이사) 교수는 “그래도 2차성 변비로 힘들다면 증상에 맞는 변비약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Tip 변비 예방 위한 수칙 
●  아침은 꼭 챙겨 먹는다.
●  소식한다면 하루 총 섭취량을 늘린다.
●  채소·과일·견과류 섭취량을 늘린다.
●  요리할 때 통곡물로 만든 식품을 이용한다.
●  아침 공복에 물을 마셔 장운동을 촉진한다.
●  화장실에서는 스마트폰 등을 보지 않는다.
●  10분 이상 변기에 앉아 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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