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극심, 증상 특이하다" 오미크론 덮친 남아공 의사 충고

중앙일보

입력 2021.11.28 19:35

업데이트 2021.11.28 20:05

오미크론. [로이터, 연합뉴스]

오미크론.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델타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신종 변이(B.1.1.529)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0시부터 남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 데 이어 향후 추이에 따라 입국 제한 국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해당 변이를 보고받은 후 이틀 만인 지난 26일 ‘오미크론(Omicron·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으로 명명하고 ‘우려변이(VOC)’로 지정했다. 이전에 확산했던 람다나 뮤 변이의 경우 이보다 낮은 단계의 관심변이(VOI)에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WHO에서 지정한 우려변이는 영국발 알파, 남아공발 베타, 브라질발 감마, 인도발 델타 4가지였다. 오미크론 변이는 얼마나 위험한 걸까.

오미크론, 돌연변이 수 델타 2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WHO가 이같이 발 빠르게 대처한 건 오미크론의 확산 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이 변이는 이달 초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현재 남아공 전역을 넘어 유럽ㆍ아시아까지 확인되고 있다. 주요 감염지로 확인된 남아공의 경우 27일(현지시간) 일일 신규 확진자가 3220명으로 2주 전(13일 306명)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서 확인된 돌연변이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델타 변이의 2배가 넘는 32개의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통상 코로나바이러스는 뾰족하게 솟은 스파이크(돌기)를 인체 세포에 결합해 감염을 일으키는데 이 부위에 돌연변이가 많을 경우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만든 항체를 피해 몸 안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커지고, 전파력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수용체결합영역(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영역)에서 델타 변이의 돌연변이가 2~3개였던 것에 비해 오미크론은 15개의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이론적인 분석일 뿐 일각에선 돌연변이가 너무 많으면 바이러스의 적응력을 떨어뜨리기에 델타보다 전염력이 약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첫 보고한 남아공 의사 “증상 특이하지만 경미”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변이 발견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변이 발견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오미크론이 위중증률이나 치명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오미크론 변이를 당국에 처음으로 보고한 남아공의 의사 안젤리크 쿠체(Angelique Coetzee)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과의 인터뷰에서 “증상이 특이하긴 하지만 경미하다(mild)”라고 밝혔다. 쿠체 박사는 “환자 중에는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젊은이가 많았고, 맥박 수가 매우 높았던 6살 아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종 증상이 있었던 환자 20명 중 대부분은 건강한 남성이었고 절반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며 “미각이나 후각 상실을 경험한 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잔 홉킨스 영국 보건안전국 수석 과학고문은 “현재로썬 새 변이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쿠체 박사는 새 변이가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나이 든 사람들이 변종 바이러스에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남아공의 경우 65세 이상 연령이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해 노년층의 오미크론 감염 증상을 확인할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발생 초기라 위중증·사망까지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이 백신 무력화?

28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8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 변이 등장으로 기존 백신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 중심지인 남아공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율이 24%에 불과해 백신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아공 위트워터스랜드대의 바이러스학자 페니 무어 교수는 네이처에 “새 변이가 백신이나 이전 감염을 뚫고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실험실에서 분석 중”이라며 “돌연변이가 더 많다는 것은 백신이나 항체를 회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록펠러대의 테오도라 하치오아누 교수는 27일 뉴욕타임즈에 “백신은 항체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 세포를 바로 공격하는 면역세포도 자극한다”며 “백신이 어느 정도 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며 백신 무력화론에 반박했다.

국내 전문가 “빗장 걸어 닫고 국외 상황 살펴야”

주요국 오미크론 변이 대응 조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국 오미크론 변이 대응 조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직 국내에선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견되진 않았다. 27일 기준 최근 5주간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확진자는 22명이었고, 이 중 14명이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나머지 8명은 분석 불가로 나왔는데 당국은 “확진자 검체 중 바이러스양이 너무 작아 변이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 이렇게 결과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감염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한국도 빗장을 걸어 닫고 해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제든 국내에 유입될 수 있지만 현재의 방역상황을 고려하면 유입 시기와 전파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델타 변이가 인도에서 유행할 때 강 건너 불구경으로 바라봤던 것과 달리 아프리카 8개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한 건 발 빠르게 잘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내에선 오미크론 확진자가 없기 때문에 국외 연구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은 입국 제한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동의하면서도 “오미크론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변이 PCR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선 PCR 검사를 통해 오미크론 감염자의 양성·음성 여부는 확인할 수는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장 또는 타깃 유전체 분석을 다시 한번 돌려야 한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약 3만개 유전자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해야 하고, 타깃 유전체 분석은 이 중 일부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3~7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변이 PCR 키트를 개발하게 되면 다른 변이들처럼 이틀 정도면 결과를 볼 수 있게 된다”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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