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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50억클럽’ 4명 주말 몰래 소환…"당사자 요청에 비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8일 서울중앙지검. 뉴스1

11월 8일 서울중앙지검. 뉴스1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핵심인 ‘50억 클럽’에 포함됐다고 거론된 대상자 4명을 주말을 이용해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당사자들의 비공개 요청에 따른 것”이란 이유에서다. 검찰이 대장동 수천억원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성남시 등 ‘윗선’은 부실·축소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로비 의혹 수사도 대충 마무리하려는 수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26~27일 주말 틈타 몰래 소환…‘50억 클럽’ 조사 마무리 수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주말인 지난 26일 홍선근(62)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과 박영수(69) 전 특별검사를, 27일 곽상도(62) 전 의원과 권순일(62)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됐다고 지목된 바 있다. 주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56)씨로부터 50억원을 이미 받았거나 추후 받기로 약속돼 있는 로비 대상 아니냐는 의혹이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53) 회계사의 내부고발성 녹취 파일 등에 근거한 폭로였다.

4명 모두 검찰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이 있던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이 아닌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나 별관 등으로 출입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환조사는 기본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당사자들도 언론 노출을 원하지 않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檢 1호 타깃은 곽상도?…혼자 17시간 최장시간 조사받아

다만 검찰의 최우선 타깃으로는 4명 가운데 야권 정치인인 곽상도 전 의원으로 일찌감치 정해졌다. 이번 조사 시간만 봐도 4명 가운데 가장 길었다. 곽 전 의원은 27일 오전 10시가량부터 28일 오전 3시가량까지 1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곽 전 의원은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가장 구체화된 인물이기도 하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6년동안 일한 뒤 퇴직금·성과급 및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는데,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인허가 등 청탁 대가로 뇌물을 건넨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도 50억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청탁의 대가인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한다. 곽 전 의원은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2016년 5월부터 최근까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이 기간 중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끼친 게 아닌지 검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이 2015년 성남시가 민·관합동 시행사 중 민간사업자를 모집할 당시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당초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대장동 사업 인허가 등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했지만,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보고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관련 알선수재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이 곽 전 의원에 대해서는 한 차례 추가 소환 조사를 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12시간 조사를 받은 박영수 전 특검은 검찰의 두 번째로 타깃으로 지목된다. 그는 2016년 11월 말 국정농단 특검에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박 전 특검의 딸 역시 화천대유에서 6년간 일하다가 최근 퇴직해 퇴직금과 성과급으로 수십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지난 6월 회사가 보유하던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1채를 시세의 절반가량 가격에 분양받기도 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측 핵심 인물들과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이모 대표 간 복잡한 돈 거래도 검찰이 들여다보는 중이다. 토목업자 나모씨는 2014~2015년께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이모 대표에게 “공사 수주를 하도록 도움을 달라”며 20억원을 건넨 뒤 공사에 참여하지 못 했고 2019년 건넨 금액의 5배인 10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는 화천대유 김씨가 이 대표에게 건넨 109억원 중 일부다. 또 이 대표는 나씨에게 20억원을 받은 2014~2015년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에게 분양·토목업체 선정 등을 약속받는 대가로 45여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뉴스1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뉴스1

권순일·홍선근, 무혐의 처분 전 형식적 소환이었나

화천대유 김씨의 동향 선배인 권 전 대법관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 소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 전 대법관은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대법관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 재직과 관련한 변호사법위반 혐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수사를 회피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이 두 달간 김씨의 대법원 출입기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권 전 대법관은 로비의 대가로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과정에서 ‘재판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선고를 전후해 화천대유 김씨는 대법원의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한 이후 몇 달 뒤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선근 회장은 11시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당시 소속 법조팀장 겸 기자인 화천대유 김씨에게 차용증을 쓰고 수십억원을 빌린 뒤 갚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초 박 의원이 50억 클럽으로 거론한 인사들은 모두 6명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주말 소환한 곽 전 의원 등 4명 외에 나머지 2명에 대해선 수사 단서가 부족해 수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특혜 의혹 수사 때 성남시 늑장 압수수색을 포함해 윗선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던 것과 마찬가지로 고위 법조인들이 포함된 로비 의혹 수사 역시 별다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적극 수사를 촉구한 곽상도 전 의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친분이 있는 박영수 전 특검은 예외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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