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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조작 의혹, 업체 밀어줬다" 서울물재생公 간부 수사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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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하수처리, 방류수 수질 개선 등의 사업을 맡은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이하 물재생공단)이 부정청탁을 받고 하수처리 약품, 공단 시설 자재 등 계약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약 액수는 27억원 규모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부정청탁 등 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공단 간부를 해임하는 한편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계약금액 쪼개 경쟁회피…44회 22억 계약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은 민간위탁되던 탄천ㆍ서남물재생센터를 통합해 지난 1월 설립됐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사 2곳이 2곳의 센터를 20년간 독점적으로 수탁받아 운영하면서 부정청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물재생시설공단 홈페이지]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은 민간위탁되던 탄천ㆍ서남물재생센터를 통합해 지난 1월 설립됐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사 2곳이 2곳의 센터를 20년간 독점적으로 수탁받아 운영하면서 부정청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물재생시설공단 홈페이지]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17년 4월~2019년 11월 총 44회에 걸쳐 21억6667만원의 하수처리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조달사업법에 따르면 하수처리 약품을 구매하려면 해당 물품이 조달청장과 다수공급자계약이 체결된 것이어야 한다. 1회 납품요구액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5개 이상 계약상대자로부터 제안요청을 받는 등 2단계 경쟁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A업체에 계약을 몰아줬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단은 산하의 물재생센터 내 타부서와 공모, 5000만원 미만으로 계약을 쪼개는 식으로 2단계 경쟁을 피했다. 계약 규모가 5000만원이 넘는 데도 2개 업체에만 제안 요청을 하기도 했다. 하수처리 약품은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구매해야 하지만, A업체의 약품은 미등록 제품인 점도 지적됐다.

샘플 바꿔치기, 자재업체 특혜 의혹

서울 물재생센터별 하수처리 구역.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물재생센터별 하수처리 구역.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또 다른 약품 업체인 B사를 계약 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선 바꿔치기 등 샘플조작도 있었던 것으로 서울시는 의심하고 있다. 시는 공단이 2017년 3월~2021년 4월 5~8개 업체의 약품 샘플을 제출받으면서 샘플이 봉인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계열 서울시 감사과장은 “계약 업체 선정 시 늘 2개 업체만 합격했는데, 제품을 봉인하고 평가방법을 공개해 재검증한 결과 3~5개 업체가 합격했다”며 “평가방법도 특정 업체에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사옥 설치공사에 소요되는 관급자재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계약관련 법령에 따르면 발주부서가 특정제품을 설계에 명시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공단 측이 6개 업체의 제품을 특정해 설계에 반영되도록 자필 메모로 지시했다는 게 골자다. 이 중 5개 업체, 총 17개 품목(3억6203만원)이 실제 설계에 반영됐다. 이 외에 구두지시로도 4개 품목(1억6034만원)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탄천물재생센터 최종침전지의 모습. [탄천물재생센터]

탄천물재생센터 최종침전지의 모습. [탄천물재생센터]

공단이 사용하는 사무용 가구를 구매하면서 지방계약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공단은 2020년 12월~2021년 3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인 C업체와 총 3억1055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C업체는 그중 12개 품목(5284만원)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업체 물품을 받아 납품했다. 서울시는 C업체가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에도 공단 측이 확인에 소홀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간부 6명 해임·수사의뢰”

이 외에도 서울시는 공단이 차집관로(여러 개의 하수관을 하나로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관)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일반공법과 특별한 차이가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특허공법을 사용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사 공용차량을 골프장·수목원 등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직원만 쓰도록 한 사택을 부모, 자녀 등 별도 명의로 사용하도록 한 점 등 총 17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계열 과장은 “특히 이 과정에서 공단 기술직 간부 6명이 업체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지난 10일 감사위원회 심의가 끝난 후 이들에게 해임을 통보하고 서울경찰청에 사건을 의뢰했다. 부정청탁 규모는 계좌추적 등 수사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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