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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군도 차이나타운서 약탈 폭동…해외 중국인 안전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수도 호니아라시의 차이나타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5일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수도 호니아라시의 차이나타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주 반(反)정부 폭력시위가 발생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고 호주 ABC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법의학 팀이 폭동이 발생하며 불타버린 차이나타운 지역의 상점 OK 마트에서 발견된 시신 3구의 그을린 시신을 식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인과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폭동은 지난 24일 시작돼 사흘간 차이나타운 일대의 건물 56채를 태우고 3930만 달러(470억원) 피해를 불러왔다고 솔로몬 중앙은행은 집계했다. 폭동은 뿌리 깊은 지역감정과 경제난, 중국과 대만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 사이의 갈등이 겹치면서 일어났다.

중국 당국으로선 해외 중국 국민의 안전이 발등의 불이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가까이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한 중국으로서는 향후 ‘코로나 쇄국’을 해제할 경우 애국주의 세례를 받은 중국인과 반중 감정이 높아진 국제 사회간 물리적 충돌을 어떻게 막을지가 과제가 됐다.

지난 27일 솔로몬군도의 시위대가 휩쓸고 지나간 건물의 벽에 총리 퇴진 구호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지난 27일 솔로몬군도의 시위대가 휩쓸고 지나간 건물의 벽에 총리 퇴진 구호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현지 일자리 없는 중국 기업 행태도 시위 요인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솔로몬군도 과달카날 섬에 위치한 인구 8만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시작됐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주로 말레이타 섬 출신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의 관저를 방화하고 도끼와 칼 등으로 무장한 채 차이나타운에서 약탈과 방화를 자행했다.

80만 내외인 솔로몬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말레이타 섬은 그동안 대만과 경제 무역 관계가 긴밀했다. 반면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 2019년 4월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뒤 중국으로부터 5억 달러(5980억원)의 원조를 받고 그해 9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다니엘 수이다니 말레이타 섬 성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동안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대신 올해 들어 대만에서 인도주의 의료 원조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국민보다 외국인의 이익을 챙긴다며 소가바레 총리의 사직을 요구했다. 홍콩 명보는 27일 현지 기자를 인용해 소가바레 정부는 베이징과 수교 당시 국내 여론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으며, 외국 기업이 현지 주민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이번 시위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솔로몬은 내전도 극심했다. 2차 대전 말기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연합군의 치열한 전장이었던 과달카날 섬과 이웃한 말레이타 섬 사이에는 지난 1998년과 2003년에도 내전이 발생했다. 당시 진주한 호주와 뉴질랜드 평화유지군은 2017년까지 주둔했다. 이번에도 폭동 진압을 위해 솔로몬 정부 요청으로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군 150여명이 파견됐다. 이들이 야간통금을 하면서 폭도 100여명을 체포·구금했다.

지난주 솔로몬군도 수도의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이 ‘대만기’를 걸고 시위대의 약탈을 피했다. [대만 자유시보 캡처]

지난주 솔로몬군도 수도의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이 ‘대만기’를 걸고 시위대의 약탈을 피했다. [대만 자유시보 캡처]

중국, 군대 파견 없이 주의 경보만

중국은 군대 파견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 26일 러시아 타스 기자가 “중국도 호주와 같이 솔로몬군도에 군대와 경찰 파견을 고려하나”라고 묻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솔로몬군도 정부로부터 이런 요구를 듣지 못했다”며 “우리(중국)는 관련 각방이 솔로몬군도의 주권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하는 데 그쳤다.

솔로몬 현지 중국 대사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솔로몬 중국 대사관은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에 24일부터 26일까지 하루 한 차례 ‘중요통지’를 올려 “연일 난동 분자의 약탈로 일부 교포가 심각한 재산 손실을 보았다”며 “본관은 교민에게 임시 피난처를 마련해 도움을 주고 있으니, 위험한 지역에 체류하지 말고, 경계를 강화하라”고만 알렸다.

지난 2019년 10월 9일 베이징을 방문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군도 총리(오른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삼군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9년 10월 9일 베이징을 방문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군도 총리(오른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삼군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콩고·파키스탄 등 중국인 겨냥 테러 증가세

솔로몬군도만 아니라 해외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도 늘고 있다. 지난 24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금광에서 중국인이 납치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현지 무장 민병의 습격을 받아 중국인 2명을 포함해 4명이 사살됐으며, 중국인 광산 노동자 5명이 여전히 납치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파키스탄에서 버스 테러가 발생해 중국인 9명이 사망했다. 테러 직후 중국은 현지에 자국 수사팀을 파견하는 등 신속한 조치에 나섰지만, 사후 진행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같은 현실은 당국의 선전 영화와는 다르다. 최근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 ‘장진호’가 나오기까지 역대 흥행 1위였던 2017년 영화 ‘전랑2’는 아프리카 내전에 휘말린 중국 교민을 특수부대 전랑(戰狼) 요원이 함대를 동원해 구조한다는 내용이다. 2018년에는 지난 2015년 예멘 내전 당시 중국 교민 철수 작전을 그린 ‘홍해 행동’을 제작해 해외 중국 국민의 안전은 국가가 반드시 지킨다는 선전으로 애국심을 고취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세계의 불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흐만 칼럼니스트는 지난 9일 칼럼에서 “중국이 언젠가 국경을 열게 되면, 세계는 크게 변한 국가와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코로나 쇄국’이 끝나면 애국주의로 무장한 중국인과 상대적으로 반중 감정이 높아진 서방 국가 국민 사이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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