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엘레강스한 똥청소부 큰점박이똥풍뎅이

중앙일보

입력 2021.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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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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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멋있죠!”
소똥을 뒤지던 이강운 박사가
오렌지빛 뭔가를 발견하자마자 한 말입니다.

똥 속의 오렌지빛 그 무엇,
‘큰점박이똥풍뎅이’라 했습니다.
오렌지빛깔에 큰 점이 있어서 큰점박이,
똥을 먹는 똥풍뎅이라서  ‘큰점박이똥풍뎅이’인 겁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사실 소똥 속이라 꺼림칙해서 그렇지
얘들만 보면 빛이 유난히 곱습니다.
이 친구들 학명이〈Aphodius elegans〉입니다.
곤충 이름에 ‘우아하다’는 ‘엘레강스’가 들 정도니
그만큼 자태가 고운 거죠.

똥을 먹으면서 엘레강스한
이 친구들의 색에는 생태의 신비로움이 담겨있습니다.
이 박사가 들려주는
애들의 색에 관한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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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똥을 먹는 곤충의 특징은
몸 색깔이 새까맣습니다.
천적인 새를 피하기 위한 보호색인 거죠.
그런데 얘만 유일하게
거의 오렌지빛깔인 분식성 곤충이에요.
왜 그럴까요?
얘네들은 소들이 똥을 쌌을 때,
맨 처음에 가는 애들이에요.
소똥이 처음엔 노란색에서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잖아요.
그러니까 똥이 노란색일 땐,
그들의 몸빛이 보호색이 되는 거죠.”

금세 나온 노란 똥 속에서 그들의 오렌지빛 엘레강스한 색,
바로 그들 나름의 위장술인 겁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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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똥을 먹고 사는
이 친구들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 박사가 들려주는 답은 놀라웠습니다.

“이런 분식성 곤충들이 없으면
그 많은 배설물이 쌓이고 쌓여서
아마 전 세계가 똥 천지일 거예요.
호주에 소똥구리가 원래 없었어요.
사실 호주 초지엔  유대류인 캥거루 종류가
가장 큰 짐승이었죠.
그 넓은 초지가 아까우니
소를 도입해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배보다 배꼽이 커서

그 어마어마한 똥을 처리 못 해서
골치를 썩이게 됩니다.
결국에는 해결책이 바로
소똥구리종류였어요.
그래서 아프리카로부터 소똥구리를 도입해서
지금은 청정한 소를 문제없이 키우게 된 겁니다.
결국 똥을 얘네들이 완전히 해체해주면서
축산업이 가능하게 된 거예요.
사실 이 분식성 곤충은 위대합니다.
위대해!”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큰점박이똥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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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 친구들이 똥을 분해하는 데서
우리 생태가 비롯되고 유지되는 겁니다.
처음 봤을 때,
꺼림칙했던 소똥 속의 큰점박이똥풍뎅이가
갑자기 우아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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