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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꿀알바' 폰파라치 없는데 왜…연말특수 없는 전자상가

중앙일보

입력

‘사진촬영·동영상촬영·불법녹취 금지’

25일 서울 광진구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이 모인 층에는 이런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휴대전화를 사러 온 고객에게 판매자가 불법 보조금을 건네는 현장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챙기는 이른바 ‘폰파라치’를 막고자 붙여둔 것이다. 이곳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임모(46)씨는 “‘보조금 안 주면 다른 데로 가겠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이 종종 있었다. 나중에 보면 외투 안주머니 같은 곳에 녹음기를 숨겨둔 폰파라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말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정하는 모습은 폰파라치가 만든 촌극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불법 보조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가 잠정 중단되면서다.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전자상가. 불법촬영과 녹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입간판이 놓여 있다. 박건 기자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전자상가. 불법촬영과 녹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입간판이 놓여 있다. 박건 기자

“한숨 돌렸지만, 매장 찾는 손님 없다”

지난 16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신고포상제를 중단하고, 전날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신고에 대해서만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제도는 2013년 판매자가 불법 보조금을 뿌려 구매자가 차별당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거액의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한때 신고 1회에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꿀알바’라는 우스개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는 폰파라치가 사라진 덕에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업주 입장에선 제대로 된 보호도 못 받으면서 감시만 당하는 느낌이 들어 억울할 때가 많았다”며 “더는 손님을 의심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수험생 특수와 연말 대목을 앞두고 불법 보조금이 살포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업계는 오프라인 상권 침체로 신고포상제 폐지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첫 주말인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도 예년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10여개의 휴대전화 판매점이 모인 상가에는 중고 휴대전화를 사러 온 외국인 3~4명의 대화 소리만 작게 울렸다. 한 판매점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이 온라인으로 더 몰리면서 오프라인 업자들에게 연말 대목은 꿈만 같은 얘기가 됐다”고 했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휴대전화 매장

용산 전자상가의 한 휴대전화 매장

업계 “단통법 손 보고 자율 경쟁 맡겨라”

그러나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한 별도의 대안 없이 신고포상제가 폐지되면서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법 영업의 현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카페와 소셜미디어 등으로 옮겨 가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온라인 자율규제 협의체를 구성해 단속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에 따르면 온라인 자율규제 협의체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적발한 스마트폰 판매 관련 불법 게시물은 3만 3935건이었다. 이중 게시물 삭제 등 조처를 하지 못한 게시물이 절반 이상(56.6%)이었다. 포털의 협조가 없으면 협의체가 조치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을 포함해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규제가 잘 작동했다면 이렇게까지 불법이 일반화된 시장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강하게 조이다 보니 음성적인 온라인 시장만 키운 셈”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부담이 줄었다는 얘기가 없지 않으냐”며 “적절한 선에서 다시 사업자들의 경쟁에 맡기는 게 소비자 차별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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