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힙한 제주 바이브! 제주 원도심에 생긴 음악‧음식‧문화가 있는 놀이터

중앙일보

입력 2021.11.27 13:42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제주 원도심 칠성로 상가에 수상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제주 현지인도, 여행객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 거리가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먹고 노는 잡화점’ 오각집이 있다. 무얼하고 노냐고? 음악을 듣거나 직접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다. 간단한 술과 음료는 팔지만 음식은 배달하거나 인근 동문시장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사와야 한다. 음식을 사서 숙소에서 먹던 수많은 제주 여행의 밤들이 아쉬웠다면, 오각집으로 가보자. 여행 감성 물씬 느끼며 여행 온 아티스트의 노래를 듣는 뜻밖의 행운이 올지도 모른다.

제주 원도심의 칠성로 상점가에 생긴 ‘오각집’은 스스로를 ‘먹고 노는 잡화점’이라고 정의한다. [사진 오각집]

제주 원도심의 칠성로 상점가에 생긴 ‘오각집’은 스스로를 ‘먹고 노는 잡화점’이라고 정의한다. [사진 오각집]

오각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오각집’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도심의 칠성로 상점가에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는 ‘먹고 노는 잡화점’이라고 소개돼 있어요. 여행이나 로컬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맥주와 같은 음료도 사서 마실 수 있어요. 그랜드 피아노, 기타, 스탠딩 마이크가 공간 중앙에 놓여 있어서 자유롭게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있죠.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상도 감상할 수 있어요. 뮤직바처럼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하면 들려줍니다. 음식은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동문시장이나 식당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와도 되고 배달해서 먹을 수도 있어요.
오각집이 있는 칠성로 상점가와 탑동을 포함한 원도심 일대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에요. 행정적으로도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동시에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는 동네입니다.

제주 오각집

독특하네요, 어떤 컨셉트의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MD 상품과 음료를 판매하고 연주나 노래를 할 수 있어요. 때론 공연도 볼 수 있고 앉아서 수다를 떨며 쉴 수도 있어요. 흔히 말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나아가 ‘음악을 중심으로 한 저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하고 싶어요.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원하는 음악을 신청해 듣거나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이전에도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MZ세대는 그런 문화 경험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오각집처럼 힙하면서 캐주얼한 동네 음악‧식음‧문화 공간이 이전의 복합문화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이라고 받아들일 거예요.

오각집 내부 전경. 투박한 외부와 달리 내부로 들어가니 탁 트인 천장과 입구에 놓인 악기와 캠핑체어 그리고 테이블이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반전 내부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사진 이승민]

오각집 내부 전경. 투박한 외부와 달리 내부로 들어가니 탁 트인 천장과 입구에 놓인 악기와 캠핑체어 그리고 테이블이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반전 내부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사진 이승민]

오각집에 비치된 그랜드 피아노와 헤드폰들. 누구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 오각집]

오각집에 비치된 그랜드 피아노와 헤드폰들. 누구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 오각집]

제주 원도심이란 곳이 익숙치 않은데요. 어떤 곳인가요.

제주 여행하면 꼭 들리는 동문 시장이 이곳에 있어요. 2020년 오픈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도 원도심에 있어요. 제주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탑동 광장에서 노상 음주를 즐기거나 스케이트보드, 농구, 족구 같은 운동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칠성로 상점가는 굵직한 콘텐트를 가지고 있는 제주시 원도심 지역의 중심 상권이에요. 상점가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많아요. 관광객이나 도민들조차 매력적인 거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었어요. 그런 칠성로 상점가 거리에 최근 뾰족한 점들이 찍히기 시작했는데 오각집이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오각집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곳은 성산에 위치한 ‘플레이스캠프 재주’를 기획하고 총괄했던 분과 공간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어요. 실제 찾아가 보니 단순히 멋있고 힙한 F&B 공간이 아니었어요. ‘노는 문화가 있는 라운지’란 콘셉트로 개방적이고 여유롭게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제주에 출장 갈 때마다 원도심에 숙소를 잡고 저녁 시간을 보내곤 해요. 오각집은 마침 친구들과 시간이 맞아 갈 수 있었어요. 밖에서 보았을 때는 단순하고 투박했어요. 하지만 들어가니 반전이더군요. 천장이 높고, 입구 쪽에 악기와 캠핑 체어, 하이브로우 캐리어 테이블, 그 뒤로 은은한 조명이 깔린 계단식 좌석이 펼쳐져 있었어요. 제일 윗자리에 자리를 잡고 오각집 전체를 내려다보면 곧 시작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듯 가슴이 설렜어요.

이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처음 방문한 날, 오각집에서 파는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면서 안주 삼을 회와 치킨은 배달을 시켰어요. 한창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직원에게 소곤소곤 상의하더니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더라고요. 그리고 노래를 불렀는데 순간 귀를 의심할 정도로 너무 잘 불렀어요. 오각집 안에 있던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노래를 듣는 순간 고객이 아니라, 관객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어요.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제주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도 기타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들려주었어요. 길거리 버스킹을 자리 잡고 앉아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원래 오각집은 대관이 가능해 이곳에서 전시나 공연, 기획 행사 등이 열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직접 마주하니 신선하더라고요. 아티스트가 손님으로 왔다가 깜작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또 가볍게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경험에 감동했습니다.

방문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해요.

저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생각해요. 오각집에서 판매하는 MD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돈을 내고 소비할 거라고는 음료 정도예요. 음식까지 배달해 먹고 게릴라 공연까지 관람했으니 방문 만족도는 최상이었어요. 앞으로 더 채워질 콘텐트들에 대한 기대감을 남겨두고서 8점으로 생각했어요.

오각집에 방문하면 뜻하지 않게 멋진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손님으로 방문했던 아티스트가 자청해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다. 오각집은 그날 누가 방문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진 이승민]

오각집에 방문하면 뜻하지 않게 멋진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손님으로 방문했던 아티스트가 자청해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다. 오각집은 그날 누가 방문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진 이승민]

방문한 날 나와 함께 오각집의 ‘노는 문화가 있는 라운지’를 함께 공유했던 여행객들. [사진 이승민]

방문한 날 나와 함께 오각집의 ‘노는 문화가 있는 라운지’를 함께 공유했던 여행객들. [사진 이승민]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될 거라고 기대하세요.

이런 공간은 오픈 직후보다 꾸준한 공간 운영이 중요합니다. 카리스마 있는 마스터가 LP로 선곡하는 뮤직바와 달리 그날, 그날 오각집을 찾은 손님이 만들어내는 공간이란 점이 매력적이에요. 그런 면에서 참여형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매력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이들이 만든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쌓일 거예요. 이런 화학반응을 통해 오각집이 풍성해질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이곳에 꼭 가보았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제 코로나 거리 두기 방침이 완화되면서 영업시간이 연장되었어요.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할 정도는 제주 원도심 탑동에 숙소를 잡아 원도심의 로컬 바이브를 느껴보셨으면 해요. 나의 경우는 탑동은 막상 머물면 카페나 식당 위주라 저녁 시간을 보낼 콘텐트가 빈약하다고 느껴졌어요. 오각집은 그 빈자리를 꽉 채워줍니다. 동문시장에서 회를 사서 숙소에서 먹기에는 많이 아쉽다면 이제 오각집으로 가보세요. 수제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그 시간을 즐겨보세요. 여행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경험이 될 거예요.

오각집에서는 여행이나 로컬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맥주를 포함한 간단한 음료를 주문해 마실 수 있다. 음식은 없지만 배달을 하거나 직접 사와서 먹을 수 있다. [사진 이승민]

오각집에서는 여행이나 로컬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맥주를 포함한 간단한 음료를 주문해 마실 수 있다. 음식은 없지만 배달을 하거나 직접 사와서 먹을 수 있다. [사진 이승민]

오각집을 방문하고 바뀐 게 있을까요.

골목에 있어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음악으로 가득한 공간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음악이 주인이 되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각자의 취향을 반강제적으로 함께 하는 경험도 이색적이었고요. 새롭게 좋은 음악을 만날 수도 있고, 서로 공감하면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경험이 오각집에는 있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이런 경험과 단절되었어요.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이 그립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일 수 있어요. 오각집을 방문한 이후로는 공간을 찾을 때도 음악에 더 귀 기울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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