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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바뀐다…정부 조직개편說에 관가는 ‘긴장모드’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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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종 관가(官街)가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처 신설, 조직 분리 등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조직 개편설이 흘러나오면서다. 별도의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번에는 누가 당선돼도 국정과제를 수행할 정부조직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7일 여야 정치권과 주요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정당국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이 후보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예산 편성권을 갖고 너무 오만하고 강압적이다”며 불신을 드러낸 기재부가 수술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이 후보는 그간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 반영을 놓고 기재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2021 중앙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21 중앙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재부의 제일 큰 문제는 기획ㆍ예산ㆍ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이라며 “그 문제를 교정해야 각 부처 고유의 기능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지난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해 탄생한 기재부가 14년 만에 쪼개지는 것이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예산권을 총리실로 이관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재부 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 등은 기재부 본래 업무인데도 마치 ‘갑질’을 하는 집단으로 매도당해 개편 대상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과거 폭군들이 ‘아니되옵니다’를 용납하지 못해 충신의 목을 베었는데, 이를 답습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는 야당의 비판(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있다.

李 기재부 예산권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 후보는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 업무를 묶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환경부에서 기후를 떼어내 이를 관할하는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안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다가 무산됐던 것인데, 현 정부의 탈원전ㆍ탄소중립 등 에너지전환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를 전담하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개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부처 자체가 축소되는 만큼 두 부서의 반발이 작지 않다. 심판(규제 기관)이 선수(정책 집행 부처)로 직접 뛰면서 정책의 견제와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의 소관 업무 중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가진 게 에너지 분야인데, 당연히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환경부 역시 기후ㆍ에너지정책의 주도권을 넘기기를 꺼린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개편 카드가 뜨거운 감자다. 여성가족부 정책 기조를 여성 인권에서 양성평등으로 바꾸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청년 공약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며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관련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尹 여가부 개편, 통일부도 조정 가능성 

가족정책 업무 재조정을 하면 관련된 고용부ㆍ보건복지부 개편까지 맞물릴 수 있다. 하지만 야당 내에서도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식의 폐지론은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있다.

통일부도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변화가 예상되는 부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외교부ㆍ국가정보원 등과의 업무 중복성을 들어 ‘통일부 폐지’ 주장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통일부를 폐지하는 건 헌법상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 부분과 맞지 않는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으나, 역할 조정이나 기능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석열 캠프 경제분과 간사를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다양한 조직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두 후보 모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불공정행위 혐의의 기업을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동안 여러 대선주자가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두 후보 모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하지만 기업에 대한 ‘고발 남용’ 부작용 우려가 크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되서다.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낸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돼 법조계의 역할이 막중해진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의 오랜 염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8년 공정위 간부들에 대한 불법 재취업 수사는 검찰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해 벌인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내의 미디어ㆍ방송ㆍ통신 조직을 합친 ‘방송통신미디어부’ 신설, 질병관리청의 승격 가능성 등의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행정의 안전성을 해치고 국정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어떤 국정 철학을 갖고 어떻게 국가 전략을 가져갈지에 대한 얘기가 먼저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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