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다음 정권 미룬 교육부···"깜깜이 입시" 학부모 분통

중앙일보

입력 2021.11.27 05:00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대입은 수시(학생부 종합전형) 중심으로 가야 할 텐데, 정작 교육부는 정시를 늘리면서 고교학점제도 한다니 혼란스럽네요"(중·고생 학부모 이 모 씨)

고교학점제 도입 등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한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은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학부모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파장이 큰 입시 문제를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골자로 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25년부터 고교 학사운영 기준이 '학점'으로 바뀌고, 총 수업시간은 지금보다 330시간 준다. 국어·수학·영어 수업은 총 105시간 주는 대신 선택과목을 대폭 늘린다.

교육과정 뒤엎으면서 입시 개편은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전주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전주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통과목 중심의 현 교육 체제를 뒤흔드는 개편이지만, 이날 발표에 입시 개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방식으로는 어려운 혁신적인 교육과정 개편"이라면서도 입시 개편안은 2024년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대입정책 4년 예고제' 원칙에 따라 이때 발표된 입시 개편안은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된다. 현재 중학교 1~2학년 학생은 고교에서 학점제를 적용받지만, 입시는 현행 체제대로 치러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다양한 선택과목 수업을 강조하는 고교학점제는 공통과목 중심의 수능(정시)과 맞지 않는 체제라고 말한다. 국·영·수 중심의 수능이 입시에서 영향력이 유지되면 학생들은 수능과 큰 관련이 없는 진로·선택과목을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를 시범 도입한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점제를 위해서 어렵게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도 학생들이 잘 고르지 않는다"며 "다들 입시와 관련 있는 수업만 들으려 하기 때문에 입시를 바꾸지 않으면 학점제 정착은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추진 교육부, 정시 되레 늘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4시험장으로 지정된 광덕고등학교에서 입실을 마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4시험장으로 지정된 광덕고등학교에서 입실을 마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오락가락한 행보도 혼란을 키운다. 2019년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 선발 비율은 40% 이상 높이라고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던 교육부가 정시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는 수능의 자격고사화, 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한 묶음으로 운영해야 자연스럽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면 결국 다음 정부에서 고교학점제가 유야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 나쁜 '학종 확대' 다음 정부에 떠넘겨" 

2019년 11얼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교육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정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2019년 11얼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교육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정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서울의 한 진학 담당 고교 교사는 "수시 불공정 논란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싫어하지만, 수능에 대한 여론은 좋으니 교육부도 정시를 확대한 거 아니냐"며 "수능을 줄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린다고 하면 비판받을 것 같으니 교육부가 떠넘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입시와 분리된 교육과정 개정을 비판한다. 김성열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경남대 교수)은 "교육과정과 입시는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 게 현실"이라며 "두 가지가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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