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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자·모더나 맞아서 코로나 급감? 물백신 몰린 AZ논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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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AZ=물백신' 진짜일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물백신이라며?"
26일 점심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동석자는 "AZ의 중화항체 수치가 화이자보다 훨씬 낮다던데"라고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했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중화해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항체를 말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7일 질병관리청이 백신별 항체 형성 및 지속능력을 공개하면서다. 항체가 생기는 비율(양전율)은 모더나·화이자 100%, AZ 99%, 얀센 90%였다. 중화항체 형성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항체가에 큰 차이를 보였다. AZ의 접종 완료 후 최대 항체가가 AZ 백신은 392, 화이자는 2119였다.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AZ이 207, 화이자가 338이었다. AZ은 2차 접종 후 석 달 만에 델타 변이에 대해 항체가가 207에서 98로, 화이자는 5개월 후 338에서 168로 떨어졌다.

질병청은 그날 보도자료에서 "백신이 델타 변이에 약하고, 화이자 접종군은 2차 접종 후 5개월까지, AZ과 교차접종군은 3개월까지 항체가 일정하게 유지되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감소한다"며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처럼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항체 수치를 공개했다. 하지만 숫자가 나오면서 비교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뜻하지 않은 논란을 야기했다. 게다가 일본이 코로나19 안정세에 접어든 이유가 AZ을 맞지 않고 화이자·모더나를 맞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AZ이 물백신으로 더 몰렸다.

1103만명의 AZ백신 접종자는 졸지에 물백신 접종자가 됐다. 안 그래도 AZ백신이 돌파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고, 감염 예방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찝찝하던 차에 물백신 논란이 허탈감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백신의 중화항체가는 면역력의 부분 지표일 뿐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질병청이 제시한 중화항체가는 혈액 중 혈청에 있는 항체를 말한다. 이것 말고 백혈구에도 면역세포가 들어있다"며 "인체는 다양한 면역시스템을 갖고 있다. 혈액을 뽑아 따지는 것은 부분이고, 혈액 속의 중화항체는 부분의 부분일 뿐"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는 "질병청이 내놓은 항체가와 같은 실험실 데이터보다 실제 데이터를 봐야 한다. AZ 백신을 맞은 100명 중 몇 명이 감염되고, 안 맞은 사람은 몇 명 감염되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임상 3상 데이터인데 이미 나온 것"이라며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새로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AZ을 물백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볼 때 심한 말"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모습.[중앙포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모습.[중앙포토]

국립감염병연구소장희창 소장은 "항체가가 상당히 낮아도 보호 효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항체가 37.8을 효과 여부의 컷오프(cut off)로 제시했다. AZ의 항체가가 화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컷오프보다 높다. 다만 60세 이상은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질병청 김병국 백신임상연구과장은 "항체가가 중요 지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면역력을 판단하지 않는다. 실제 바이러스에 얼마나 감염되는지, 중증으로 얼마나 가는지, 돌파감염이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중화항체가가 50 밑이어도 70% 이상의 방어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중화항체가뿐만 아니라 감염된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다양한 세포성 면역이 중요한데, 외국 논문을 보면 AZ이 세포성 면역을 일정수준 유지하는 걸로 나온다. AZ이 충분히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중화항체가만으로 백신 효과를 판단할 수 없고, 접종 후 효과를 보여주는 역학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백신이 항체 면역뿐만 아니라 세포 면역을 유발하는데, AZ이 세포 면역을 조금 더 잘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AZ이 요양병원·요양원 고령층의 감염과 중증화·사망을 예방해왔다"고 말했다.

백신의 면역력을 따지는 일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AZ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물백신으로 몰아붙일 정도는 아니다. 영국에서 대량 접종했고 지금도 개도국 접종에 쓰이고 있다. 물백신 논란이 확대되기 전에 질병청이 신속하게 쉬운 말로 설명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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