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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루머 유포, 상대방 흠집 내는 행위가 ‘마타도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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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30면

콩글리시 인문학 

루머가 극성스러운 걸 보면 선거철이 다가왔나 보다. 루머란 그 내용의 진위를 알 수 없지만 항간에 떠도는 그럴듯한 이야기다. 뜬소문, 유언비어, 풍문은 rumor의 우리말에 해당한다. 루머는 진실과 왜곡이라는 야누스적인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때로는 거짓이고 때로는 참이다.

루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비공식적이고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달과정에서 과장되고 왜곡되며 악의적으로 조작되며 부풀려진다는 점이다. 루머는 루머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급속히 확산되어 타인을 설득하는 등 파급효과를 미친다. 특히 선거철의 마타도어 작전, 곧 흑색선전이나 중상모략과 같은 사악한 소문은 때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마타도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타도르(matador)에서 유래한 말로 상대방의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유포시킨다는 우리식 용어다. 악성 루머(malicious rumor)나 근거 없는 루머(groundless rumor) 또는 거짓 루머(false rumor)를 일부러 유포해서 상대방을 흠집 내려는 행위가 바로 마타도어다. 이 세 가지 표현은 일종의 redundancy, 곧 중복 표현이다. rumor 자체가 악의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형용사 malicious, groundless, false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말을 옮길 때 상대방이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과 기이한 이야기를 부풀려서 말하기를 좋아한다. 부정적인 소문이나 가십이나 스캔들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르고 전달 과정에서 굴절현상이 일어나서 눈덩이처럼 커진다. 게다가 사람들이 루머를 전달하는 단계를 보면 뒤에 나오는 시간 장소 인물 사안보다 처음에 나온 것을 더 잘 기억하는 선후효과(先後效果) 때문에 스토리는 보다 짧고 간명하게 거두절미된다. 루머는 부정확한 정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선거철 루머는 유권자의 올바른 알권리를 방해할 뿐 아니라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크다.

‘줄리’ 쑥덕공론이 그러하고 ‘눈탱이 밤탱이(black eye)’ 루머가 그러하다. 하필이면 밤 1시에 집안에서 웬 낙상 사고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를 불러왔고 “유포자를 고발하겠다”는 캠프 측 인사의 엄포가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 때맞춰 등장한 것이 검은 망토의 여인이었는데 눈탱이의 결정판처럼 보였다. 그 뒤 사진을 보도했던 매체가 오보를 사과하면서 루머는 진정됐고, 뒤늦게 후보 부부가 야구장에 출동함으로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이렇다. 전파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속도로 전달되는 시대에 즉각적 대처가 없었다. 정보의 빈곤은 루머의 확대 재생산을 가져오게 된다. 늑장 대처가 마음의 밭에 의혹의 씨를 뿌린다. 사고의 전말을 신속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밝혔어야 했다. 주치의가 설명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큰 거짓말도 계속하면 결국 믿게 된다(If you tell a big enough lie and tell it frequently enough, it will be believed). “루머는 세상의 모든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루머는 움직이면서 강해지고 나아가면서 힘을 얻는다”고 베르길리우스는 말했다. 대선을 맞아 캠페인 매니저들이 명심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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