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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문화연구, 근대성의 재검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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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21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우석균 엮음
엔리케 두셀 외 지음
김동환 외 옮김
그린비

이 책의 부제는 ‘라틴아메리카 석학에게 듣는다’이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진행한 해외석학 초청 강연을 뼈대로 내용을 구성했다. 책 제목의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제3의 세계’를 뜻하는 라틴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문호 호르헤 보르헤스의 단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보르헤스의 단편과 이 책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기획한 우석균 박사는 “서구 사유가 간과하고 폄하한 또 다른 라틴아메리카 사유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서구 사유가 간과하고 폄하한’ 라틴아메리카의 사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데, 대개 ‘탈식민주의’라는 말로 표현된다. 1970~80년대 라틴아메리카에서 유행했던 종속이론이 정치적·경제적 비판에 치중했다면, 오늘날의 탈식민주의는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전환의 대상은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해온 서구 근대 자본주의의 폭력성이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정치적이고 직접적인 식민주의는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화와 비유럽 문화의 관계는 여전히 식민적 지배-피지배 관계에 놓여 있다고 책은 진단한다.

엔리케 두셀, 월터 미뇰로, 아니발 키하노 등 서울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연자들의 글이 실렸다. 탈식민주의 분야에선 손꼽히는 연구자들이다. 강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분야의 다른 주요 학자들의 글도 선별해 포함시켰다.

저자들은 지난 500년 동안 누적된 식민성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는 대안으로 탈식민주의를 내세운다. 탈식민적 인식의 전환은 근대성의 이면에 식민성이 있음을 폭로하면서, 유럽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근대성과 세계화를 재해석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니발 키하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럽의 근대성/합리성의 덫에서 지식, 성찰, 의사소통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탈식민주의가 근대성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엔리케 두셀은 ‘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근대성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면서 근대성에 의해 부정되고 내쳐진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문화를 재발견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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