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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죽음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4호 20면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윤영호 지음
안타레스

인간에게 영원한 난제를 꼽으라면 아마도 ‘죽음’일 거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기에 죽음의 문제에 관해선 자연스럽고 이성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도 어렵다. 첨예하게 고도화하는 의학 기술의 발달과 건강보험과 같은 빈틈없는 사회 복지 시스템은 어떻게든 환자를 연명케 한다. 심장이 멎어도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를 투입해 생명을 연장한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엔 삶이 온전히 무르익은 마지막 모습으로서의 죽음, 혹은 잘 준비된 삶의 마무리로서의 죽음을 맞는 일은 어렵고, 죽을 때까지 치료 당하며 삶에 매달려 아등바등하다 내몰리는 죽음만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직 의료인이 쓴 책,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는 ‘죽을 때까지’ 치료하는 현행 의료 현실이 야기한 ‘비인간적’ 현실을 직설적으로 지적한다. 저자 윤영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 존엄사 문제를 지적하고 ‘연명의료결정법’을 통과시키기까지 20여 년을 투쟁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적’ 의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질병과 죽음을 삶의 적으로 규정하고, 생명 연장 의료에 집착하는 현실이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킬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쁜 건 이러한 현실이 간병 살인이나 가족 동반 자살로 이어지는 끔찍한 사회문제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이 불운한 그 가족의 개별적인 일일까. 왜 단란했던 한 가족의 마무리가 이토록 참혹해야 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은 죽음보다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강요된 선택이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주범은 국가라는 것이다. 삶을 유지하는 정책만 추구하는 국가. ‘웰 다잉’이라는 인간의 필연적 욕구를 외면하는 정책. 삶의 한 과정으로서의 죽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 우리 사회 환경은 품위 있는 마지막 삶인 ‘죽음’을 비루하게 만드는 데 열중한다.

저자는 또 의사란 질병에 대한 물리적 처치뿐 아니라 생명의 과정 전반을 숙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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