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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고요한 새벽 새문안교회, 은하계처럼 보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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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16면

서울 새문안교회를 촬영한 임준영 작가의 사진. 청명한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곡선의 부드러움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사진 임준영]

서울 새문안교회를 촬영한 임준영 작가의 사진. 청명한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곡선의 부드러움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사진 임준영]

지난 3일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Architecture Master Prize·이하 AMP)’의 건축사진 컬처 부문에서 사진가 임준영(45)씨의 작품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선정됐다. AMP는 미국 LA에서 1985년 제정된 후 매년 전 세계의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조경·인테리어 분야의 작품을 선정해온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특히 건축 사진은 올해 처음 신설된 부문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임 작가의 출품작은 2019년 3월 완공된 서울 ‘새문안교회’다. 경희대 건축과 이은석 교수와 서인건축 최동규 대표가 공동 설계한 지하 6층, 지상 13층 건물은 앞쪽이 안으로 움푹 휘어지고, 위아래 역시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2019년 AMP 시상식에서 새문안교회는 건축설계 부문 문화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임 작가는 2019년 완공 당시 건축사진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인적 없는 고요한 새벽 시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촬영했다. 내부에서 드문드문 새어 나오는 빛과 하늘로 퍼져 오르는 리드미컬한 곡선이 마치 은하계처럼 보였다. 동시에 안으로 살짝 들어가는 부드러운 앞쪽 벽면의 곡선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해 보였다. 내가 받은 느낌을 그대로 사진에 옮기려 노력했다.”

임 작가는 낮보다 새벽 또는 해가 막 저문 시점의 청명한 하늘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때의 차갑고 깨끗한 이미지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새문안교회를 둘러싼 고요하고 명징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공부한 임 작가는 순수예술사진과 건축사진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퇴근 무렵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도시 속에서 끊임없이 발산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흐르는 물로 표현한 ‘Like Water(흐르는 물처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가 두 영역을 넘나들며 하나의 화면에 잡는 이유는 건축물이 가진 힘과 선을 예술적 이미지로 강렬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대변하는 매개체로서 건축물의 존재 가치와 이유를 담담하게 기록하기 위함이다.

3대가 사진가인 집안 내력도 작용했다. 할아버지 임인식씨와 큰할아버지 임석제씨는 6·25 전후 시대 서울의 풍경을 담았던 다큐멘터리 작가였다. 아버지 임정의씨 역시 대한민국 1호 건축사진전문가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해 중앙일보 9월 21일자에 소개된 임인식·임정의·임준영 3대가 촬영한 ‘서울 동대문운동장’ 변천 사진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과 2020년에는 네 사람의 사진을 함께 소개하는 사진전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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