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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로 바꾸며 대입은 그대로? 입시 혼란 증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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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12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대입은 수시(학생부 종합전형) 중심으로 가야 할 텐데, 정작 교육부는 정시를 늘리면서 고교학점제도 한다니 혼란스럽네요.” (중·고생 학부모 이 모 씨)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한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은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학부모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25년부터 고교 학사운영 기준이 ‘학점’으로 바뀌고, 총 수업시간은 지금보다 330시간 준다. 국어·수학·영어 수업은 총 105시간 주는 대신 선택과목을 대폭 늘린다. 공통과목 중심의 현 교육 체제를 뒤흔드는 개편이지만, 이날 발표에 입시 개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방식으로는 어려운 혁신적인 교육과정 개편”이라면서도 입시 개편안은 2024년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대입정책 4년 예고제’ 원칙에 따라 이때 발표된 입시 개편안은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된다. 현재 중학교 1~2학년 학생은 고교에서 학점제를 적용받지만, 입시는 현행 체제대로 치러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다양한 선택과목 수업을 강조하는 고교학점제는 공통과목 중심의 수능(정시)과 맞지 않는 체제라고 말한다. 고교학점제를 시범 도입한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어렵게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도 학생들이 입시 관련 수업만 들으려 하기 때문에 입시를 바꾸지 않으면 학점제 정착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오락가락한 행보도 혼란을 키운다. 2019년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 선발 비율은 40% 이상 높이라고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던 교육부가 정시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는 수능의 자격고사화, 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한 묶음으로 운영해야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진학 담당 고교 교사는 “수능을 줄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린다고 하면 비판받을 것 같으니 교육부가 떠넘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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