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브랜드명 대박…“여성 화장대는 즐거워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7 00:02

업데이트 2021.11.2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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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16면

‘드렁크 엘리펀트’ 창립자 마스터슨

‘드렁크 엘리펀트’ 창립자 티파니 마스터슨.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드렁크 엘리펀트’ 창립자 티파니 마스터슨.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뷰티 시장은 급변했다. 실내외에서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니 립스틱·파운데이션 같은 색조화장품 매출은 줄고, 토너·세럼·크림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 구입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마스크 안에서 답답하고 축축한 상태로 숨 쉬어야 하는 ‘내 피부’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클린 뷰티’가 뷰티 트렌드로 대두되는 이유다. 클린 뷰티란 천연재료든 인공재료든 피부에 ‘안전한’ 성분들로 구성된 화장품을 말한다.

2013년 미국에서 시작된 화장품 브랜드 ‘드렁크 엘리펀트’는 클린 뷰티 트렌드의 선두주자다. 네 아이를 키우던 전업주부 티파니 마스터슨(53)이 자신의 문제성 피부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면서 6가지의 성분(에센셜 오일, 드라잉 알코올, 실리콘,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 향료·염료, SLS)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스킨케어 화장품을 표방했다. 이렇다 할 스타 마케팅 없이 소비자의 경험과 입소문만으로 성장했고, 2019년 시세이도 그룹에 약 1조원이라는 파격적인 거액에 인수되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지난 10월에는 화장품 멀티숍 ‘세포라’를 통해 국내 매장에도 입점됐다. 평범했던 전업주부가 글로벌 기업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킨 비결은 뭘까. 화상 인터뷰로 창립자 티파니 마스터슨을 인터뷰했다.

브랜드 컨셉트 ‘피부에 불필요한 성분 6가지가 없다’는 건 뭔가.
“원래 내가 피부 트러블이 많았다. 눈·코 주변에는 홍조가 있고, T존은 지성 피부였고, 가끔 염증성 뾰루지도 났다. 부업으로 비누 판매를 시작하면서 내 피부 고민을 해결할 만한 화장품 성분을 공부했고, 그 결과 기존 화장품들에는 우리 피부에 불필요한 성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 브랜드에서 ‘서스피셔스(The Suspicious·수상하고 의심스러운)’라고 부르는 성분들이다. 예를 들어 향료·염료는 좋은 냄새를 만들고 색을 예쁘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정작 피부에선 아무런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실리콘은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지만 활성성분 흡수를 막고 피부 건조를 유발시킨다. 그래서 이 6가지 성분이 없는 화장품을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피부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저용량세트 ‘리틀즈’.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피부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저용량세트 ‘리틀즈’.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피부에 유해한 성분은 정말 다양하다. 국내 화장품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뷰티 앱 ‘화해’가 꼽은 화장품 유해성분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이미 시중에는 ‘클린 뷰티’ 제품임을 자처하는 브랜드가 넘쳐난다. 그중에서 ‘드렁크 엘리펀트’가 소비자의 관심을 끈 데는 몇 가지 성공 요인이 있다. 첫째는 ‘드렁크 엘리펀트(술 취한 코끼리)’라는 독특한 브랜드명이다. 술은 피부에서 수분을 빼앗아가는 나쁜 습관이다. 코끼리의 피부는 한눈에 봐도 거칠다. 그러니 좋은 피부를 만드는 화장품 브랜드 이름으로는 의아한 조합이다.

브랜드 이름이 흥미롭다.
“피부에 좋은 오일을 찾다가 남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마룰라 나무 열매로 만든 오일의 뛰어난 효능을 알고 반했다. 더 알아보니 코끼리들이 이 마룰라 열매를 너무 좋아해서 땅에 떨어져 발효된 것을 잔뜩 주워 먹고는 취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그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누구라도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마룰라 오일은 화장품 원료로도 훌륭하다. 항산화성분이 일반 오일 대비 6배 풍부하고 피부 흡수도 잘 된다. 피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오일과 유사한 성분이라 비타민C·레티놀 같은 활성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것을 돕는다. 내가 추구하는 철학을 표현하기에 일석이조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의 화장대는 늘 밝고 쾌활한 해피 에너지로 가득해야 한다는 컨셉트로 다양한 네온 컬러가 사용된 제품 패키지.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여성의 화장대는 늘 밝고 쾌활한 해피 에너지로 가득해야 한다는 컨셉트로 다양한 네온 컬러가 사용된 제품 패키지. [사진 드렁크 엘리펀트]

티파니 마스터슨의 성공 요인의 두 번째는 비싼 가격의 화장품이면서 용기는 아이들 장난감처럼 알록달록 귀엽게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피부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저용량 화장품 세트 ‘리틀즈’를 따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형광 네온 컬러의 포장과 용기 또한 소풍날 간식 가방처럼 앙증맞다. 독특한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는 전략이다.

화장품 용기가 ‘고급 이미지’와는 멀다.
“일할 때는 진지하고 열성적이지만, 원래 유머를 좋아하고 많이 웃는 성격이다. 집 인테리어를 할 때도 화이트를 기본으로 오렌지·연두·노랑 등 밝은 색을 포인트로 사용한다. 처음 화장품 용기를 개발할 당시에는 화이트·갈색·검정 등 의학적인 이미지의 심플한 디자인이 인기였지만 내 성격과 취향대로 밝고 재밌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의 화장대는 그 무엇보다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성공한 사업가다. 비결이 뭔가.
“사실 하루하루가 전쟁이다.(웃음) 지금 첫째는 대학생이고, 둘째·셋째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16살짜리 막내아들은 이제 막 운전을 시작했다. 신경 쓸 게 아직도 너무 많다.(웃음) 이 아이들이 꼬마였을 때 창업을 했으니 오죽했겠나. 슈퍼우먼이 아닌 내가 찾은 방법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를 이해시키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또 주부로서 집안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을 직장 동료들에게도 털어놓고 도움을 받았다. 결국 솔직한 대화가 집과 직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화장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방법을 조언한다면(화상 인터뷰 당시 노메이크업 상태라는 그의 피부는 아주 건강하고 젊어보였다).
“콜라겐이 풍부한 사골 국(수프)을 매일 먹는다. 술과 설탕을 멀리하고, 매일 큰 병으로 두 병쯤 물을 마신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식재료 위주로 식사하고,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도 꼭 챙긴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 또 한 가지 나만의 습관이라면, 밤에는 클렌저를 이용해 세안을 하지만 아침에는 물로만 세안한다. 좋은 클렌저를 사용한다면 아침에는 닦아낼 게 없다. 피부 본연의 상태로 매일 아침을 출발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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