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종부세 태풍 매섭지만 내년까진 버틴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7 00:02

업데이트 2021.1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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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03면

종부세 쇼크 파장 

관망, 버티기, 증여, 대선. 22일 2021년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된 이후 부동산중개업소나 부동산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매도’ ‘매각’이라는 단어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예상보다 종부세가 훨씬 많이 올라 주택시장이 충격을 받는 모습이지만, 키워드를 종합해 보면 종부세 때문에 주택 매물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불만인 분들은 계시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겠다는 분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종부세의 존재 이유는 집값 안정화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기면 시장에 매물이 늘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종부세를 만든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었다. 이 세금이 헌법재판소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느슨해지자, 문재인 정부가 다시 조였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선 0.6~3.2%였던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1.2~6%로 강화했고, 종부세 산출 기준인 주택 공시가격마저 확 끌어 올렸다.

이 영향으로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토지 포함)은 102만6600명에 이르고, 세액은 8조5681억원이다. 지난해(74만4100명·4조2687억원)보다 인원은 1.4배, 세액은 2배 증가했다.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노무현 정부 때보다 종부세가 더 강해진 것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단 하나, 다주택자가 집을 내다 파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부세 고지서 발송 하루 전인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며 “정부는 남은 (임기) 기간 (집값)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 데에는 강력해진 종부세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을 것이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충격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 정부가 그동안 종부세를 ‘올리겠다’고 엄포만 놨지 실제 크게 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 고지서는 차원이 다르다. 엄포가 현실화한 것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은마 아파트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2주택자는 올해 종부세가 5400만원대다. 7월과 9월 낸 재산세를 포함하면 보유세 총액이 7400만원대에 이른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으로 무작정 버티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해와 달리 조세저항 움직임이 거센 이유다. 내년엔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부담이 더 커진다.

그런데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종부세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종부세 고지서 발송 이후에도 주택시장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은 물론 서울 강북 주요 지역이나 경기도 분당·판교신도시 등지의 고가 주택 밀집지역에서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 김학렬 스마트큐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종부세 때문에) 집을 팔겠다는 다주택자가 나올 수 있겠지만 양도소득세에 가로막혀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의 ‘타깃’인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세율이 최고 75%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가 종부세율 인상과 함께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重課)세율을 10%포인트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월 1일부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2주택자는 양도세율이 최고 65%, 3주택 이상은 75%에 이른다. 주택을 보유할 수도, 내다 팔수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 강화가 예고됐던 만큼 상당수는 이미 매도나 증여에 나섰다”며 “버티던 다주택자 일부도 종부세를 계기로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2년도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에 앞서 대통령 선거(3월)가 치러진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권의 대선후보가 종부세 폐기를 공약한 만큼, 올해만 버티자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0만원 정도였던 종부세가 올해는 3000만원이 넘는다는 한 법인의 대표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세금을 왕창 늘리고도 재집권에 성공한 정권은 거의 없다”며 “내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었다.

종부세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재만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한 법무법인과 종부세 위헌 청구 소송 참여인을 모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조세평등원칙을 위반했고, 재산세와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동일해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시민연대 측에 따르면 22일 이후에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 언제가 됐든 헌재가 현행 종부세에 대해 일부라도 위헌 결정을 한다면 내년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종부세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PB는 “거래 감소 등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이는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라며 “대선 등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선 종부세의 정책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분을 월세 인상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물을 늘려 집값을 잡으려면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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