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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전두환 후예…발목잡으면 차고 간다" 호남간 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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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 호남이 없으면 이 나라 민주주의와 개혁과 미래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전남 목포 동부시장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3박 4일간의 광주·전남 방문 첫 일정에서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호남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억압받고 힘들어하면서도 나라를 받쳐온 민중들의 본거지”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그는 20여분 동안 이어진 즉석연설에서 민주당의 ‘텃밭’ 호남 민심을 겨냥한 호소를 쏟아냈다. 이 후보는 “호남의 희생과 헌신 덕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 그래서 우리 민주당은 호남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민주당이 안타깝게도 호남이 명령한 개혁 정신을 제대로 다 실천하지 못했다. 반성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지금부터 속도감 있게 할 일을 하겠다. 발목을 잡으면 발목을 잡은 손을 차고 앞으로 나가겠다”며 신속한 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소리 높여 말하던 그는 연설 말미에 재차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며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라는 호소를 다섯 차례 반복했다.

연설에 앞서 그는 연신 “이재명”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시장 곳곳을 둘러봤다. 그는 지역화폐로 꽈배기, 수산물, 통닭 등을 구매하며 상인들을 만나고 시민들이 건네는 탄원서 등도 받아들었다. 시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섞인 인파 때문에 시장 100미터가량을 걷는 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전남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을 방문해 운영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전남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을 방문해 운영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이 후보는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계류장을 찾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말 사람 목숨 귀하게 여기는 사회라면 돈이 좀 들더라도 후송헬기 공급을 확충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닥터헬기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는 의료진 말을 듣고는 “명백하게 불필요하게 출동시킨 경우에는 비용을 물리는 규정을 만들겠다”며 즉석에서 해결책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곳곳에서 지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고리로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다. 그는 목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선 국민의힘을 향해 “요새 저에게 온갖 음해를 하면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이 있지 않나, 그 집단이 사실 전두환의 후예”라고 주장했다.

동부시장 연설에선 국민의힘을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무능하고 무지한 세력”, “복수혈전에 미쳐있는 세력”이라고 칭했다. 전날 밤엔 전 전 대통령 사망 당일 생을 마감한 5·18 유공자 고(故) 이광영씨의 빈소를 조문하며 “피해자가 죄송하다고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재명 유튜브 캡처

이재명 유튜브 캡처

조문 일정까지 합하면 이 후보의 이번 광주·전남 방문은 사실상 4박 5일 일정이다. 앞서 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 일정이 각각 2박 3일이었던 데 비해 기간이 늘었다. 사실상 ‘집토끼’ 붙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추진 단장인 천준호 의원은 “나흘간 총 이동 거리가 1300여km에 달하는 강행군”이라며 “특히 광주·전남 모든 지역구를 빠짐없이 방문해 구석구석 민심을 듣고 소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호남이 전통적 텃밭임에도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것은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 전국지표조사(NBS·22~24일)에 따르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0%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10%)보다 압도적 우위였다. 그러나 호남에서도 태도유보층(지지 후보 없다·모름·무응답)이 25%에 달해, 이 지역 민심을 이 후보가 온전히 흡수하지는 못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관련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등 참고)

이날 이 후보는 동교동계 인사들과 호남 출신 전직 의원들의 통합 문제도 거론했다. ‘정대철·정동영·천정배 등 구(舊)민주계에 복당 의사를 타진했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사람들을 범주별로 나눠 무슨 계로 말할 건 아니고, 언젠가 시점을 정해 벌점이니 제재·제한이니 다 없애고 모두가 합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또 “민주·개혁 진영이 이런저런 사유로 많이 분열됐고, 그게 우리 역량을 훼손하고 있다”며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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