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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서 올드보이·김성태 선대위 뜨자 이재명 2030 공세 강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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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선대위 쇄신에 착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청년층을 선거 운동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비율이 30~40%에 달하는 2030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올드 보이들의 귀환'으로 지적받는 국민의힘 선대위와의 차별화를 노린 측면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청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권지웅 전 청년대변인과 서난이 전북 전주시의원을 임명했다. 권 위원장은 33세, 서 위원장은 35세다. 청년선대위에는 ‘민주당 꼰대 짓 그만해 위원회’, ‘남혐·여혐 둘 다 싫어 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들은 “최근 아이를 낳은 여성과 낳지 않은 여성을 비교하는 식의 글을 올린 의원이 있었는데 아주 부적절했다”(권 위원장)며 같은 당 국회의원을 향한 저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 후보 본인도 주말마다 2030을 직접 만나고 있다. 26일 저녁 이 후보는 ‘명심캠핑’에서 30대 직장인을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듣는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전국을 도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통해서도 여성, 2030을 두루 만났다. 오는 28일 출범하는 ‘광주 대전환 선대위’에는 9명의 구성원 중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청년층이다. 그중 1명은 고3 수험생이기도 하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젊은이의 시각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후보의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청년에 꽂힌 이재명…반성·소통·네거티브

이 후보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지난 20일 “저부터 변하겠다”며 반성 메시지를 낸 뒤 시작됐다. 중진 의원 10여명과 함께하던 선대위 공개회의도 지난 22일 청년 4명의 고민을 듣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기지 못하면 실패하고 좌절,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상황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취준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취준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후보는 백발이던 머리카락도 지난 25일부터는 검은색으로 바꿨다. 민주당의 상징이던 파란색 점퍼는 더는 입지 않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변화를 주려는 메시지이자 청년층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의도”라며 “후보 본인도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젊은 축인 50대 아니냐”라고 말했다. ‘2선’으로 물러난 당 지도부도 이런 흐름을 지원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26일 최고위에서 “(이 후보가) ‘청년 플랫폼’ 선대위를 만들어서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선 청년 이슈를 고리로 ‘네거티브 전쟁’을 개시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김성태 전 의원을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선임하자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하는 대가로 자신의 딸을 KT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단 이유에서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 전 의원 선임에 “2030 세대에 대한 도발이며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연소 의원인 30세 전용기 대변인도 26일 기자회견에서 “내 사람은 잘못해도 눈감아주는 것이 공정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자리에 선 청년들은 “우리가 흘린 눈물 ‘금수저’ 윤석열이 알 턱 있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김성태 전 의원 영입을 비판하고 있다. 전용기 의원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김성태 전 의원 영입을 비판하고 있다. 전용기 의원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가 청년층과의 소통의 방식을 찾은 측면이 있다”며 “윤 후보를 향한 강한 네거티브도 결국 ‘나는 청년 편’이란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남’과 ‘이대녀’ 사이에 꼈나

그러나 성별에 따라 2030이 첨예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이 후보가 딜레마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합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글을 공유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한 20대 여성의 페이스북에 단 댓글.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한 20대 여성의 페이스북에 단 댓글. 페이스북 캡처

“동의한다는 게 아니라, (특정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고 많은 영역의 신음을 들어보겠다는 차원”이라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양쪽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자신을 ‘이 후보의 오랜 지지자’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 민주당원은 “‘이대남·안티페미’ 담론을 직시하기 전에, 청년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직시하시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에 이 후보가 “잘 읽었다. 저 때문에 긴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다. 미안하다”는 댓글을 달자, 이번엔 20대 남성이 댓글로 “전형적인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 글인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후보가 ‘이대남 구애’ 논란으로 한 차례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을 것”이라며 “이 후보에겐 ‘젠더 대결’ 구도에 빠지지 않도록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놓여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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