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매매 2145번, 성착취물 3868건···친구의 탈을 쓴 '악마'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중앙포토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10년지기 동창생을 성노예로 부리며 학대한 2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피해 여성은 2145번의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3868건의 성 착취물을 촬영해야 했다. 결국 정해진 성매매 횟수를 채우지 못해 한겨울 차가운 물에 강제로 목욕을 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영민)는 26일 성매매 강요, 성매매 약취, 중감금 및 치사,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여·26)씨와 동거남 B(27)씨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8년을 선고했다. 또 두 사람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들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피해자 C(26)씨를 경기 광명시 자신의 집 근처에 거주하게 하면서 2145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키고, 그 대금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C씨 집에 홈캠을 설치하고 C씨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앱을 깔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하루 평균 5∼6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특정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 3868건의 성착취물 촬영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같은 범행은 지난 1월 피해 여성인 C씨가 A씨의 집에 감금돼 가혹행위 등으로 신체가 쇠약한 상태에서 냉수목욕을 강요받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친구 C씨가 원인 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으나, 부검 결과 구타와 학대의 정황이 발견됐으며 위에서는 음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을 만큼 C씨가 배고픔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에서도 A씨의 성매매 강요 및 가혹행위 등의 범행이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C씨는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뒤 직장생활도 함께 했었던 10년지기 친구였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 함께 성매매를 시작한 A씨는 "성매매 조직이 배후에 있다", "네가 일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며 C씨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심약한 C씨가 A씨를 지나치게 믿고 의지하고 있는 심리적 상황을 이용한 '그루밍' 범죄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자신의 이익 만을 위해 평소 자신을 의지해 온 친구를 도구로 이용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면서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범행을 일삼았다"며 "피해자는 사망 전날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했는데, 부검에서는 몸 안에 음식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밥도 먹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가 26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그런데도 A씨는 출소 후 삶의 의지만 보여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동거남 B씨에 대해 재판부는 “A씨와 동거를 하며 함께 범행하고도 사건 초기 아무런 관련이 없고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