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스트 코로나'의 반전…美서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9년 3월 미국 뉴욕의 리바이스 매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3월 미국 뉴욕의 리바이스 매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자리를 잃어가던 오프라인 매장이 미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다.

미 시장조사업체 IHL그룹이 945개 소매 체인 업체를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은 4361개가 순증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문 닫는 매장보다 더 많은 매장이 문을 여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은  6573개가 순감했는데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대형 판매 업체, 식품, 의약품, 편의점 등이 매장 신설을 주도했다. 지난 5년간 파산 등으로 큰 혼란을 겪은 백화점과 전문점의 경우 여전히 개점보다 폐점이 많다. 하지만 이들 업종에서도 매장 폐점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매장에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맞아 세일을 한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매장에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맞아 세일을 한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은 업계의 인식 변화 때문이다. WSJ은 “미 소매업체들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사더라도 고객들이 물건을 빨리 받아보거나 편리하게 반품할 수 있는 '유통의 허브' 역할을 매장이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배송 대란이 우려되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비용 면에서도 유용하다. 미 대형유통업체 타깃에 따르면 자사 물류창고에서 고객 집으로 배송하는 것보다 매장에서 배송할 때 비용이 약 40% 줄었다. 매장에선 고객이 직접 상품을 보고 만질 수 있어 인터넷 쇼핑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물주들의 임대료 ‘눈높이’가 낮아진 점도 배경이다. 미국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의 하밋 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건물주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보다 15% 낮은 가격에 임대료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갈수록 '레드 오션'이 되면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가 매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고객 유지 관련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프로핏웰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 광고, 유료검색 등으로 온라인 고객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 5년간 약 50% 증가했다. 패트릭 캠벨 프로핏웰 최고경영자(CEO)는 “애플·구글 등이 고객의 온라인상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쿠키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온라인 마케팅 비용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운동용품 업체 딕스의 매장 내부 모습. [딕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운동용품 업체 딕스의 매장 내부 모습. [딕스 홈페이지 캡처]

부활한 오프라인 매장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 운동용품 판매업체 딕스는 ‘고객 체험’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800개 이상 출점했다. 여기에선 암벽 등반벽, 골프 퍼팅 등을 직접 할 수 있다. 토니 로엘러 딕스 선임 부사장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상품을 검색하더라도 사기 전에 직접 체험해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리바이스도 향후 3~5년간 이른바 ‘차세대 매장’ 100곳을 미 전역에 열 계획이다. 여기에선 기존 매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비자의 체형에 맞게 옷을 제작하거나 개성있는 장신구를 달아주는 재단 서비스를 갖추게 된다.

WSJ은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 등도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백화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브렌든위처 수석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매장이 죽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매장과 전자상거래는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