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대위의 핵심 요직은 ‘강ㆍ법ㆍ사’가 차지했다.”
26일까지 확정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주요 인선안을 본 영남지역 중진 의원의 평가다. 이 중진 의원은 “선대위의 주요 인선을 보면 후보를 둘러싼 측근들의 권력 구조가 어떻게 짜였는지 엿볼 수 있다”며 “이번 윤 후보 선대위의 핵심 뼈대는 ‘강(강원)ㆍ법(법사위)ㆍ사(율사)’로 요약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강원의힘' 됐다"
그는 특히 강원 출신 인사의 약진을 주목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다. 강릉이 지역구인 그는 윤 후보의 대선 경선 승리 뒤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가, 당 사무총장으로 이동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대선 자금을 승인 및 집행하는 자리다. 또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ㆍ보궐선거, 대선 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속초ㆍ인제ㆍ고성ㆍ양양이 지역구다. 박정하 공보실장과 현재 윤 후보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김기철 전 캠프 공보부실장은 야권 후보로 각각 원주갑, 원주을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원주 진광고 동문이기도 하다.
이 밖에 당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위’의 김진태 위원장은 춘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동해ㆍ태백ㆍ삼척ㆍ정선을 지역구로 둔 이철규 의원은 윤 후보의 경선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이었다.
'강원 강세' 현상과 관련해선 윤 후보와 강원의 인연이 회자된다. 윤 후보는 학창시절 방학이면 종종 강릉의 외가를 방문했다고 한다. 외가 이웃에 살던 1960년생 동갑 권 사무총장과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에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강원의힘’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법사위ㆍ율사 출신도 약진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 6명 전원도 윤 후보와 각별하다. 윤 후보 측근 3인방으로 꼽히는 권 사무총장, 장제원 의원, 윤한홍 간사가 모두 법사위 소속이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은 선대위 대변인, 조수진 의원은 공보단장으로 선임됐다. 윤 후보와 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유상범 의원은 윤 후보의 정치 입문부터 도움을 줘왔다. 홍천ㆍ횡성ㆍ영월ㆍ평창이 지역구인 유 의원은 현재 강원도당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들은 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고발사주’ 의혹 등 윤 후보 관련 사안에 대해 ‘법사위원 일동’ 명의의 논평을 주도적으로 내며 윤 후보를 측면 지원해왔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많이 중용되는 것과 관련해선 "검찰총장 시절부터 법사위에서 윤 후보와 쌓아온 정치적 스킨십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율사 출신들도 선대위 요직에 포진했다. 6명의 선대위 총괄본부장 가운데 이준석 당 대표와 당연직인 김성태 직능본부장을 제외한 네 본부장이 모두 법조인이다. 총괄특보단장인 권영세 의원과 종합지원본부장 권 사무총장, 정책본부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모두 검사, 조직본부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이같은 선대위 주요 인선을 두고 정치권에선 “기존 정치권 인사와의 접촉면이 적은 윤 후보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 또는 과거에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선대위 초기 인선을 세팅한 것 같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는 반응이 나왔다. ‘내 사람은 챙긴다’는 윤 후보 특유의 ‘깐부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쓴소리도 없지 않다. 수도권 지역의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선대위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은 대부분 윤 후보와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또는 경선 당시 윤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이라며 “본선 경쟁 전부터 이미 ‘논공행상’에 나선 느낌”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