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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50만 몰린 '노마스크' 퍼레이드…커지는 추수감사절 공포

중앙일보

입력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베이비 요다'의 대형 풍선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메이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베이비 요다'의 대형 풍선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메이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등장했다. [AP=연합뉴스]

팬데믹 이후 두 번째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전역에선 코로나19 이전을 떠올리게 하는 대규모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정상화 된 미국을 과시했지만,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퍼레이드 중 하나인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열렸다. 1924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당대 유행하는 캐릭터들의 대형 풍선을 띄워 마천루 사이를 지나는 장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지난해엔 규모를 줄이고 관객이 없는 텅 빈 거리에서 진행해 TV 중계로만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6500명의 인원이 동원돼 4㎞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250만 명이나 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25일(현지시간) 실외에서 진행된 미국 뉴욕 메이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보러 나온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실외에서 진행된 미국 뉴욕 메이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보러 나온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AFP=연합뉴스]

퍼레이드는 오전 9시부터 시작했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거리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 이들도 있었다. 실외 행사였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던 관람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뉴욕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휴가 중이던 그는 퍼레이드를 중계하던 NBC 방송의 진행자 알 로커에게 전화를 걸어 "2년이 지난 뒤 우리는 돌아왔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며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미국이 이겼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같은 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선 역시 추수감사절 전통인 포드 필드 스타디움에서의 프로풋볼 경기가 열렸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는데 이날은 만원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서 명절을 즐겼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수감사절 때문에 너무 일찍 빗장을 열어선 안 된다는 경고가 일찌감치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4일 기준 미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는 9만5169명으로 2주 전보다 24% 증가했다. 입원 환자도 11% 늘어 5만1601명이었다.

가을 이후 주춤했던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로 돌아서면서 조만간 사망자 수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코로나19가 수시로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며 "(야구로 따지면) 커브볼만 던지는 게 아니라 갑자기 시속 300㎞짜리 커브까지 던지고 있는 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도 방역 당국을 긴장케 한다.

지난여름 4차 유행 때는 백신을 잘 맞지 않던 남부 주민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주로 발생했다. 그러나 날이 추워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자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도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

미시간주의 경우 지난 8일부터 2주 동안 신규 확진자는 86%, 입원 환자는 37%나 증가했다. 의료 비상사태에 직면한 주 정부는 최근 국방부에 비상 의료 인력 파견을 요청했다. 주에서 가장 큰 병원인 스펙트럼 헬스는 코로나19가 퍼진 이후 처음으로 의료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려야 했다.

지난 24일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체에선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230만 명이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체에선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230만 명이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추수감사절 여행객 수는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534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항공 여행객도 늘어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하루 전인 24일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은 230만 명이었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2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가족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안전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4일 현재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59.1%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접종 대상이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 아직도 8100만 명이나 된다. 연휴를 거치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또 한차례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작년과 비교하자면, 백신 접종자가 많아졌고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까지 출시를 앞둔 지금 상황이 낫다고는 진단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유럽 국가에서도 최근 확진자 증가로 다시 봉쇄되는 것을 볼 때, 연휴 이후 미국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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