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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갈땐 운동화, MS에선 '빌게이츠룩'…이재용의 출장 패션

중앙일보

입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면담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면담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국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즈니스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재판 등의 일정으로 정장 차림이 많았던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선 상당한 ‘패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비즈니스 룩을 선보여서다.

중앙일보는 26일 이 부회장이 10박11일간 출장에서 미국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과 촬영한 기념사진을 통해 그의 패션 스타일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성격과 상대방의 평소 옷차림을 고려한 비즈니스 룩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동부·서부 따라 달라진 재킷과 셔츠 

이재용 부회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일정은 크게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경로였다. 동부에선 지난 16·17일(현지시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한스 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만났다. 18~19일엔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과 미국 연방의회를 방문했다.

이어 서부로 날아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20일) 최고경영진을 만난 후 22일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면담했다.

이 부회장의 옷차림은 동부냐, 서부냐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동부에선 주로 노타이에 정장 위주로 옷을 입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있는 서부 실리콘밸리에선 재킷이 없는 캐주얼 차림을 연출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모더나와 버라이즌 CEO를 만날 땐 격식을 갖춘 복장이었다”며 “진한 네이비 컬러 재킷은 신뢰감과 진중한 느낌을 줘 기업 대 기업 간의 관계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의 외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는 코로나19 백신 관련한 협력 확대를, 버라이즌과는 차세대(6G) 이동통신 협력 방안 등 국가적 차원의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 광폭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재용 부회장 광폭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에 비해 동부에선 편안한 복장으로 글로벌 대표 IT 기업 CEO와 회동했다. 정 대표는 “‘비즈니스 캐쥬얼’이란 단어 자체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을 정도로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자유로운 옷차림을 선호하는데, 최근엔 더 복장이 자유로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하되 셔츠를 입음으로써 품격을 잃지 않는 패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병준 에스콰이어 편집장은 “같은 셔츠라도 동부에선 클래식한 흰색 계통의 셔츠를, 서부에선 캐주얼한 느낌의 블루톤 셔츠를 입은 점도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신발 하나 바꿨더니 같은 옷 다른 느낌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패션의 3대 요소인 ‘T·O·P(시간·상황·장소)’를 잘 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 편집장은 “미국의 경우 평소에 즐겨 입는 차림으로 미팅에 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상대방의 옷차림을 미리 숙지하고 자신의 옷차림을 상대방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즉석에서 상대방의 옷차림을 보고 자신의 옷차림을 바꾼 센스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피차이 구글 CEO를 만났을 때다. 민 편집장은 “이 부회장이 원래는 모더나 CEO를 만날 때와 같은 차림으로 구글을 방문했다가 피차이 CEO의 차림을 보고 즉석에서 재킷을 벗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부회장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모더나를 방문했을 당시 복장에서 재킷만 벗은 모습이다. 민 편집장은 “다만 모더나 방문과는 달리 운동화를 신음으로써 캐주얼한 느낌을 줬다”며 “앉은 자리에서 미팅을 하는 상황을 고려해 ‘풀 룩(전체적인 차림새)’을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MS 방문 땐 셔츠+니트 입는 ‘빌게이츠룩’

정 대표는 특히 이 부회장이 MS를 방문했을 때 옷차림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나델라 MS CEO의 경우 ‘너드룩’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편안한 복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상대방의 편한 차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셔츠와 니트를 통해 품격있는 캐주얼 복장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너드룩이란 어느 한 분야에선 천재성을 띠지만 다른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너드 (nerd)’란 단어에 옷차림(룩·look)을 합친 말이다.

MS 방문 당시 이 부회장의 옷차림이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패션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대표는 “‘빌게이츠룩’은 진보적이고 시크하면서도, 반듯하고 품격을 잃지 않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인에게 정석으로 통하는 패션”이라고 말했다.

미국 PBS 방송과 인터뷰 중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사진 인터넷 캡처]

미국 PBS 방송과 인터뷰 중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사진 인터넷 캡처]

아크테릭스 빨간 패딩 ‘완판’되기도

다소 수수해 보이는 차림이지만 이 부회장의 옷차림은 늘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7월 미국 방문 시 입었던 언더아머의 폴로셔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복장이 입소문이 나면서 언더아머는 2017년 초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어 2019년엔 이 부회장이 입었던 캐나다 브랜드인 아크테릭스의 빨간 패딩이 전국적으로 품귀를 일으켰다. 정 대표는 “재벌의 패션은 연예인 패션처럼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 하게 되고 주변에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라 하고 싶은 심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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