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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과감한 물리력" 다짐한 경찰…'힘'쓴다고 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김 청장은 이 경찰서에서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김 청장은 이 경찰서에서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담당했던 인천 논현경찰서를 찾아 “현장 경찰관들의 마음가짐과 근무자세, 각오를 보다 새롭게 하고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현장 부실대응 논란의 해법으로 ‘과감한 법 집행’을 제시한 것이다.

김 청장은 전날엔 전국 경찰에 서한을 보내 ‘비상대응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감하고 당당한 공권력·물리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경찰 공권력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경찰에 대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하며 “법이나 제도, 장비보다는 사람과 조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논현경찰서 전경. 심석용 기자

인천논현경찰서 전경. 심석용 기자

①총기·테이저건보다 ‘리걸 마인드’가 첫걸음

경찰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는 리걸 마인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집행을 하는 사람이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총이나 테이저건이 아니라 ‘리걸 마인드’가 당당한 경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천 남동구 사건에서 공동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손실보상(제11조의 2) 규정이 있다.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손해를 일으켜도 국가에서 대신 물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밖에서 문이 잠겼으면 문을 깨면 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알아도 매우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것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②상황에 맞는 물리력 훈련해야

경찰관직무직행법은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까지 사용(제10조의 4)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단봉, 테이저건, 권총 등의 물리력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개별 물리력 수단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 어떤 수단을 쓸지에 대한 판단력이다. 둘 다 실전 훈련이 충분히 뒤따라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찰청은 29일부터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1~2년 차 신임 경찰관 1만명을 전면 재교육하기로 했다. 사격이나 체포술에 대한 실전훈련 부족이 인천 흉기 난동 부실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김 청장도 이날 일선 경찰관 7만명을 대상으로도 1인당 1발씩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시행하는 등 교육훈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테이저건의 경우 1발 발사할 때마다 약 4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 충분한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당하게 하라’는 말이 빛을 발하려면 경찰관이 당당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면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이 뒷받침되고 스크린 골프장처럼 수시로 테이저건이나 권총을 자기가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적 통제’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방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지난 15일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청장은 이 경찰서에서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방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지난 15일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청장은 이 경찰서에서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③조직 뒷받침에 대한 확신 심어줘야

김 청장의 서한문을 받아든 일선 경찰관들은 “조직이 뒷받침하겠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김 청장은 “소신을 가지고 임한 행위로 발생한 문제는 개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껏 보호해드리겠다”고 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일 생기면 각자 책임’”이라며 “조직에서 진짜 뒷받침만 해준다면 든든하게 믿고 법 집행을 할 것 같은데 아직 내부적으로 그런 믿음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면책 규정을 도입하는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고 조만간 입법화될 것 같다”며 “경찰관들이 법률적 요건에 맞으면 과감하게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을 행사한 뒤에 수반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경찰 조직과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개별 경찰관들이 공권력 행사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라며 “경찰은 이미 힘이 세다. 공권력을 제대로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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