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추징한다” “全 재산 29만원” 끝나지않은 ‘956억 錢爭’

중앙일보

입력 2021.11.26 05:00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956억원을 내지 않은 채로 지난 23일 세상을 떠났다. 여권은 본인이 사망한 후라도 추징금 환수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 현행법상 몰수·조세 등 관련 법령에 의해 벌금 또는 추징 판결을 경우에만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그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與 “불법은 죽어도 불법”…“법령 검토 중”

더불어민주당이 언급한 대안은 ‘법 개정’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법령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과거 천정배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다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튿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불법은 죽어도 불법”이라며 “전두환씨의 잔여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행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중단되는 게 원칙이다. 추징금은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나 상속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의 효력은 피고인 외 다른 사람에게 미치지 않는데, 추징 역시 형벌 집행의 일종인 만큼 당사자에게만 효력을 미친다는 취지다.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도 납부 의무자가 사망할 경우 집행 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형사소송법 478조에 “재판을 받는 자가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몰수·조세·전매·공과(公課) 등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으로 한정돼 전두환 전 대통령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비자금 조성 및 뇌물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고도 25년째 납부를 미뤄 43%에 달하는 956억원을 미납했다.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본채 및 정원 압류는 위법하므로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뉴스1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본채 및 정원 압류는 위법하므로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뉴스1

‘전두환’만 사후 소급 적용 가능할까?

다만 여당이 제시한 ‘전두환 특별법’이 국회에서 마련되고 시행된다손 치더라도 특정인을 겨냥한 소급 입법은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이 가능하다는 점 등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 측은 추징 과정에서 수차례 소송을 걸어 추징 절차에 제동을 걸어왔다. 헌법재판소에 제3자 명의 불법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도 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연희동 집 본채·정원에 대한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는 2심 법원 결정이 나오자 “정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정의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그 목적이 선하다고 할지라도, 법에 규정되지 않은 정의까지 구현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사법기관의 판단은 어땠을까. 헌재는 지난해 2월 ‘전두환 추징법’ 제3자 추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제3자가 그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해 집행을 받게 되고, 그 범위는 범죄와 연관된 부분으로 한정되며, 사후적으로 집행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도 받을 수 있다”며 “이 조항으로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올해 4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은 압류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본채와 정원은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에 취득해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해 압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별채는 불법재산으로 취득한 게 맞아 압류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남은 재산 있나? “전 재산 29만 1000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실제 남은 재산의 규모도 관건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여태껏 더 이상 추징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다고 버텨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 중앙포토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은행예금 29만1000원을 현금 재산목록으로 제출하면서 “추징금 낼 돈을 정치자금으로 다 써버려 더는 돈이 없다”고 잡아뗐다. 배우자인 이순자씨는 지난 2012년 “각하는 성의껏 다 냈어요. 그것은 알고 계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을 위한 대대적인 특별수사에 착수하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직접 “부친은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물러섰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2017년 사이에 630억여원을, 올해에는 14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현재 검찰은 “사망 후에도 추징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검토 후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적극적인 환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인 사망 이후라도 현행 전두환 추징법을 근거로 불법 재산임을 알면서도 취득한 제3자로부터 추징 등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추징금 법정 공방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내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내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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