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956억원을 내지 않은 채로 지난 23일 세상을 떠났다. 여권은 본인이 사망한 후라도 추징금 환수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 현행법상 몰수·조세 등 관련 법령에 의해 벌금 또는 추징 판결을 경우에만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그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與 “불법은 죽어도 불법”…“법령 검토 중”
더불어민주당이 언급한 대안은 ‘법 개정’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법령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과거 천정배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다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튿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불법은 죽어도 불법”이라며 “전두환씨의 잔여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행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중단되는 게 원칙이다. 추징금은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나 상속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의 효력은 피고인 외 다른 사람에게 미치지 않는데, 추징 역시 형벌 집행의 일종인 만큼 당사자에게만 효력을 미친다는 취지다.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도 납부 의무자가 사망할 경우 집행 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형사소송법 478조에 “재판을 받는 자가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몰수·조세·전매·공과(公課) 등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으로 한정돼 전두환 전 대통령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비자금 조성 및 뇌물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고도 25년째 납부를 미뤄 43%에 달하는 956억원을 미납했다.
‘전두환’만 사후 소급 적용 가능할까?
다만 여당이 제시한 ‘전두환 특별법’이 국회에서 마련되고 시행된다손 치더라도 특정인을 겨냥한 소급 입법은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이 가능하다는 점 등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 측은 추징 과정에서 수차례 소송을 걸어 추징 절차에 제동을 걸어왔다. 헌법재판소에 제3자 명의 불법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도 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연희동 집 본채·정원에 대한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는 2심 법원 결정이 나오자 “정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정의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그 목적이 선하다고 할지라도, 법에 규정되지 않은 정의까지 구현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사법기관의 판단은 어땠을까. 헌재는 지난해 2월 ‘전두환 추징법’ 제3자 추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제3자가 그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해 집행을 받게 되고, 그 범위는 범죄와 연관된 부분으로 한정되며, 사후적으로 집행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도 받을 수 있다”며 “이 조항으로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올해 4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은 압류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본채와 정원은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에 취득해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해 압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별채는 불법재산으로 취득한 게 맞아 압류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남은 재산 있나? “전 재산 29만 1000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실제 남은 재산의 규모도 관건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여태껏 더 이상 추징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다고 버텨왔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은행예금 29만1000원을 현금 재산목록으로 제출하면서 “추징금 낼 돈을 정치자금으로 다 써버려 더는 돈이 없다”고 잡아뗐다. 배우자인 이순자씨는 지난 2012년 “각하는 성의껏 다 냈어요. 그것은 알고 계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을 위한 대대적인 특별수사에 착수하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직접 “부친은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물러섰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2017년 사이에 630억여원을, 올해에는 14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현재 검찰은 “사망 후에도 추징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검토 후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적극적인 환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인 사망 이후라도 현행 전두환 추징법을 근거로 불법 재산임을 알면서도 취득한 제3자로부터 추징 등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추징금 법정 공방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