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소방훈련, 예비군 소집 2년째 취소…국민 안전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2021.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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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소방차 못 본 지 2년이 다 돼가네요.”

경기도에 있는 한 전통시장의 상인 A씨의 말이다. 전통시장은 통로가 좁고 비치된 물품들이 많아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을 하는데, 최근 2년 간 훈련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A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방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본 기억도 희미하다”고 덧붙였다.

훈련이 사라졌다

25일 서울 양천구청 앞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학생들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상조 기자

25일 서울 양천구청 앞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학생들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훈련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경찰의 현장 대응 훈련뿐만이 아니라 소방과 국방 등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국가 주요 기능의 훈련 일부가 축소됐다. 필수적인 훈련이 줄어들수록, 국민의 안전에 대한 위험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딜레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코로나19가 만든 ‘훈련 공백’은 소방 현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30년 차 소방관 박모씨는 “훈련 종류가 워낙 많고 부서별로 다양하긴 하지만, 시민을 상대하는 대면 훈련은 거의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에는 관공서 등과 합동훈련이나 대피훈련을 해왔다면 코로나19 때는 전화로 관계자들에게 소방시설이 잘 돌아가는지 등만을 점검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기도 내 소방서 등은 요양원·전통시장·학교 등과 연 1회 이상 시행하는 현지적응 훈련을 현장에 나가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민간과 하는 훈련이다 보니 장소 섭외가 필요한데 협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재난 상황을 가정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긴급구조종합훈련도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이나 절차를 자연스레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장감을 잃지 않기 위해 훈련 횟수 등은 더 늘렸다”고 했다.

“위험 상황 발생 시 대처 잘할까 우려”

1월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노고산예비군훈련장 앞. 연합뉴스

1월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노고산예비군훈련장 앞. 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예비군 소집훈련을 취소했다. 지난해 예비군의 전체 소집 훈련이 실시되지 않은 것은 1968년 예비군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방부는 차선책으로 예비군 대상 온라인 원격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원격교육 대상 158만 명 가운데 59만 명이 교육을 이수해 참여율은 37.1%로 나타났다. 원격 교육에 강제성이 없다보니 참여율이 낮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비군 4년 차인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예비군 원격교육을 꼭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듣는다고 도움이 될 거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원격교육이 진행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는 콘텐트 수준을 올리거나 시스템을 개선해 지난해보다 참여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는 예비군 소집훈련을 최대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의료진 교육 등이 일부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김모씨는 “방역 수칙으로 수술실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전문의 교육이 어려워졌다. 학회도 열리지 않았고 배움의 기회가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어졌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훈련 등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 훈련 실효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전 훈련은 한 달에 한 번도 부족하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현장 훈련을 못 하는 상황인데, 실제로 위험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면서 훈련을 등한시 하지 않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소방 등 공적 영역은 실전 훈련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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