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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생활치료센터에서 본 ‘위드 코로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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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재태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이재태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코로나19가 세상에 등장한 지 2년이 돼 간다. 지난해 봄 대구 대유행을 짧은 기간에 비교적 큰 혼란 없이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어렵지 않게 정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를 수렁에서 구해준다는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었지만, 코로나 위세는 큰 변화가 없다.

변종바이러스가 출현했고, 조기에 접종받은 고령층의 낮은 항체 역가가 시간이 지나며 더욱 떨어지고 있다. 접종자의 10% 이상에서 돌파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4115명을 비롯해 거의 매일 3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수도권 병원의 중환자실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고위험군 사망자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아동·청소년 입소 늘어
자화자찬 말고 국내외 흐름 봐야

정부는 단절된 개인의 일상 회복과 피폐해진 민생경제의 부활을 위해 코로나와 공생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긴장을 풀면 바로 깊은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무증상 및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는 곳이다. 이들을 돌보면서 지역사회에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돼 운영 중이다. 입소자가 휴대전화로 체온과 증상을 입력하면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다. 필요하면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 도입돼 혼란했던 대구의 코로나 확산을 막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필자는 지난해 4월 대구 생활치료센터를 떠나며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자 경북 경주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에 지난 10월부터 다시 투입됐다. 지난해엔 미지의 전염병이 주는 공포 상황에서 눈앞에 닥친 방역을 위해 정신이 없었다.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이제는 의료진의 백신 접종이 완료됐고 필수물품도 충분하게 확보돼 다행히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방역에 임하고 있다. 4차 대유행 와중에 이동량이 급증한 추석과 10월 초 연휴가 지나면서 환자가 폭증했다. 백신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의 입소가 많아졌다. 백신 접종에서 소외된 외국인 입소자 비율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대구 센터의 경우 외국인 입소자가 전체의 23.3%를 차지했다. 이들의 국적을 보면 중국·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캄보디아·동티모르·미국·일본·러시아·몽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튀니지·가나·카메룬 등 17개국 출신이었다.

이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통역봉사자의 도움을 받았으나,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후 공장이 재가동 하면서 외국인 입소자가 급감했으나, 전화로 “아파! 아파!”라는 말만 반복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타까움이 지금도 진하게 느껴진다. 10월 하순부터는 또 다른 백신 접종 제외 집단인 청소년과 어린이 입소자가 증가했다. 최근엔 전체 입소자의 20%로 늘었다. 이들 중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40%를 차지한다. 어린 자녀와 동반 입소한 부모가 가슴 졸이며 함께 입소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들의 다양한 요구도 들어줘야 하니 센터는 늘 긴장이 감돈다.

이제 확진자 재택치료까지 확대됐으니 또 다른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미국과 유럽도 감염자가 증가하자 강제 코로나 검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부스터 샷(추가접종)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백신 패스를 도입해 외출과 사회생활을 제한하는 통제 정책으로 돌아가는 나라도 있다.

효과와 부작용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운동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국내외 코로나 사태의 변화와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K방역 자화자찬에 빠지지 말고 지혜로운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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