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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무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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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현대 문학의 단편소설이 안재훈 감독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시작이었다. 2014년 여기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김유정의 ‘봄봄’을 더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나왔고, 2017년엔 황순원 원작의 ‘소나기’가 이어졌다. 최근 개봉한 김동리 원작의 ‘무녀도’는 그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프로젝트이다.

‘무녀도’에서 인상적인 건 ‘색’이다. 특히 붉은색은 이 애니메이션을 관통한다. 이 영화에서 붉은색은 다양하게 변주되는 테마 컬러다. 안재훈 감독은 ‘무녀도’의 색채를 계획하던 중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접했고, 그가 창조한 색의 세계에 매료됐다. 감독의 팔레트는 풍성해졌고, 우린 ‘무녀도’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다채로운 붉은색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무녀도

무녀도

딸 낭이가 좋아하는 복숭아 색, 낭이의 다홍 치마, 가을의 단풍과 봄의 진달래, 모화의 붉은 저고리와 보랏빛 치마, 솟대의 빨간 천…. 특히 모화의 무녀복은 한국 애니메이션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원색 그대로의 빨강을 보여준다. 무채색처럼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찌르는 듯한 붉은 옷을 입고 굿을 하는 모화의 모습. 날 선 그림체와 어우러지는 ‘무녀도’의 과감한 컬러 사용은 강하게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이며 여기에 뮤지컬 사운드가 결합한다. 이처럼 현란한 영화,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