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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빚 관리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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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준금리 1%, 가계 이자 부담 6조 늘어

내년 1.75% 대비 충격 최소화 노력해야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동안 이어져 온 제로금리(0%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 개최 전부터 시장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한은의 목표치(2.0%)를 넘어선 물가 급등세(1~10월 소비자물가 누계 상승률 2.2%)나 1년 전보다 159조원 급증한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고된 이벤트라고는 하나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불가피하기에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당장 저금리로 돈을 빌려 주거 비용을 마련한 영끌족이나 주식·코인 등에 투자한 빚투족이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게 큰 부담이다. 지난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은 1844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한은은 ‘9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2조9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 8월 0.25%포인트 올린 것까지 고려하면 불과 1년 새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5조8000억원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미 5%를 넘어섰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1%로 올라서면서 주담대 금리가 조만간 6%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출자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 역시 이르면 연내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긴축 정책을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에 최대 세 차례, 1.75%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인상 속도마저 가팔라지면 가계는 무방비 상태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코로나19로 고통받긴 했으나 그간 저금리·저물가·저환율의 3저(低) 덕에 적잖은 이들이 자산을 불리고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영위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젠 거꾸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의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큰 충격 없이 이를 넘으려면 가계는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자에 앞서 빚 관리부터 해야 한다. 금융 당국의 관리 능력 역시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후 은행권의 대출금리 폭리를 구경만 하다가 비판이 거세어지자 마지못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구두 개입에 나서는 실수를 했다. 이번엔 국민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