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1조원대 탈원전 청구서, 결국 국민 돈으로 메운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6 00:04

업데이트 2021.11.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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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폐지하거나 건설 계획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의 비용을 결국 국민 돈으로 물어준다. 정부가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 등이 대상이다.

김부겸 총리는 25일 제13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 보전 이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탈원전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상과 기준·절차 등을 정한 것이다. 이번 계획은 다음달 9일부터 시행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탈원전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걷어 조성한다. 원래 기금 사용 목적에는 탈원전 비용 보전이 없었다. 결국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탈원전 비용을 메우는 셈이란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비용 보전 대상 원전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비용 보전 대상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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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비용의 보전 대상은 사업자가 원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등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행정 조치까지 완료한 사업이다. 강원도 삼척의 대진 1, 2호기와 경북 영덕의 천지 1, 2호기 등이다. 다만 경북 울진의 신한울 3, 4호기는 제외했다. 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울 3, 4호기는 2017년 2월 27일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부지 매입과 설비 제작 등에 779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인허가 절차를 중지했다. 한수원은 민간 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법적 책임을 우려해 사업은 취소하지 않았다. 이후 공사를 보류한 상태에서 시간만 끌어왔다.

한수원은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사계획 인가의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법정 기한인 2월 27일까지 공사계획 인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2023년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결국 신한울 3, 4호기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신한울 3, 4호기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등이 계속 떠안는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업을 못 하게 막아 놓고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을 한수원 등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 계획이 무산된 신규 원전은 인허가 취득을 위한 용역비와 부지 매입비, 공사비 등을 보전할 계획이다. 대진 원전이나 천지 원전은 정부에서 보전받을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진 1, 2호기는 인허가 용역비 등에 34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천지 1, 2호기는 979억2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했다. 부지 매입 비용(546억2000만원)과 공사·용역비(259억9000만원) 등이다.

탈원전 손실비용 보전 절차

탈원전 손실비용 보전 절차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이 완료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내년 1월까지 한 차례(10년) 연장했다.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보강 등에는 5600억원이 들었다.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201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선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이후 매몰 비용을 5652억원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면서 경제성 평가를 축소했다는 혐의 등으로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앞으로 재판 비용 등이 월성 1호기 관련 비용으로 추가될 수도 있다.

정부가 이런 비용을 모두 보전할지는 확실치 않다. 익명을 원한 산업부 관계자는 “명확하게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만 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지 않고 계속 가동했다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비용 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가 월성 1호기의 비용을 보전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한 원전에 대해 인제 와서 (비용을) 보전한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월성 1호기의) 비용을 보전한다면 계속 가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다는 얘기”라며 “그럼 그 부분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탈원전 비용 보전의 구체적인 범위와 금액은 비용보전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기금 예산안 심의를 통해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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