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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려도, 몸이 아파도 운동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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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스포츠 우먼 파이터 ③

건강 관련 콘텐트가 각종 미디어를 꽉 채우고, 여성들도 다이어트 대신 강도 높은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는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건강관리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생활체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만10세 이상 국민 9000명 중 ‘나는 건강하다(매우 건강하다, 건강한 편이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은 69.8%로 남성(77.7%)보다 낮았다. ‘나는 체력이 좋다(매우 좋다, 좋은 편이다)’고 답한 여성 역시 57.2%로 남성(68.9%)과 격차가 컸다.

또 ‘최근 1개월간 신체적 혹은 정신적 문제로 활동에 지장이 있었다’고 응답한 여성은 7.1%로 집계돼 남성(5.1%)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출산과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0대 여성(9.5%)의 응답 비율은 70대 이상 여성(8.6%)보다 높았다. 50대 여성이 8.5%, 40대 여성이 7.4%로 뒤를 이었다.

국민생활체육 실태 조사

국민생활체육 실태 조사

반면 남성 중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연령대는 40대(6.8%)다.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인 문제를 더 자주 느꼈다는 의미다. 같은 이유로 일상에 지장을 받은 기간 역시 여성은 평균 5.7일, 남성은 4.3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다.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여성이 더 많지만, 체육동호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건 남성이 더 활발하다. 남성들은 축구·풋살, 골프, 수영, 등산,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의 동호회 활동을 하는 반면, 여성들은 골프와 수영, 요가·필라테스 등으로 종목의 범위가 한정적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여성의 생활체육과 건강증진 활동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임신·출산·육아·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적합한 강도의 생활체육 종목을 보급하는 데 주력한다. 체육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여성, 특히 임신·출산·육아기 여성은 체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여가가 부족하고 참여 기회가 많지 않아 규칙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임신·출산기의 스포츠 활동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성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영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은 이미 ‘여성 및 사회적 약자의 스포츠 참여율 증가’를 국가 스포츠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베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성 체육 참여 증진 프로젝트 ‘아이 윌 이프 유 윌(I Will If You Will)’ 등이 좋은 예다.

체육회도 국내 여성의 연령별·상황별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일례로 출산 직후의 여성에게는 비만과 부종 방지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 이슈에 민감한 여성들을 위해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체육회는 지난해 댄스스포츠·체조·에어로빅·산악 종목에서 총 50개 온라인 콘텐트를 제작·보급했는데, 누적 조회수가 12만 건을 넘었다.

체육회의 목표는 올해 말까지 전국 180개소에서 안정적으로 여성 생활체육교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이 중 10%는 한국으로 이주한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위해 할애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신체적 제약으로 운동하기 어려운 여성 환우들을 위해 10여 곳의 대형 병원과 연계한 저강도 체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육아하는 여성도, 몸이 아픈 여성도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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