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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아닌 복싱 같은 켑카·디섐보 라이벌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켑카(左), 디섐보(右)

켑카(左), 디섐보(右)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인 앙숙 브룩스 켑카(31)와 브라이슨 디섐보(28·이상 미국)가 1대1 대결을 펼친다. 여태껏 치러진 골프 1대1 이벤트 대결과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프로복서의 대결 같다.

둘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 윈 골프클럽에서 캐피털 원 더 매치에 나선다. 2018년 11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의 대결로 시작한 ‘더 매치’는 그동안 미국 프로풋볼(NFL),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까지 더해 대표적인 골프 이벤트로 유쾌하게 치러졌다. 5번째로 열리는 더 매치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1대1 대결을 갖게 된 켑카와 디섐보 모두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 전 기자회견도 따로 열었다.

둘은 나란히 PGA 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스타 골퍼다. ‘괴물’로 불리는 디섐보, ‘수퍼맨’으로 통하는 켑카 모두 장타가 주 무기다. PGA 투어 사무국에서도 둘을 ‘라이벌 관계’라 정의할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골프계에선 둘이 앙숙 관계가 된 계기를 2019년 1월부터로 보고 있다. 당시 켑카가 느린 플레이를 하던 디섐보를 향해 “샷 하는 데 1분 20초씩 걸리는 걸 이해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둘의 갈등은 심화했다. 지난해 켑카가 몸을 드러낸 화보를 선보이자 디섐보는 “난 복근이 있지만 켑카는 없다”며 꼬집었다. 올해 디섐보가 캐디와 결별하고, 드라이버 클럽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자 켑카는 “내 캐디에게 감사하다” “내 드라이버를 사랑한다”며 디섐보를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둘이 지난 9월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 미국 팀에 합류, 잠시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매치플레이가 성사되자 둘이 화해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매치를 앞두고선 다시 얼어붙었다. 미국 골프닷컴은 “18홀도 아닌 12홀 경기를 켑카가 제안했다”고 전했다. 켑카는 “그(디섐보)에게 적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섐보는 지난 20일 대회가 열릴 더 윈 호텔 옥상에서 520야드 초장타 샷을 하면서 타깃에 켑카의 얼굴을 새겼다. 디섐보는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인터뷰에서 “(켑카와 갈등은) 진짜다. 그 남자가 날 쓰러뜨리려 한 방식이 불쾌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켑카는 라이더컵 후 디섐보와 포옹한 것에 대해 “강요된 포옹에 별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를 치르며 두 선수는 마이크를 착용한다. 둘의 플레이만큼 그들의 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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