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기둥 사이로 곡예비행…카파도키아 열기구의 귀환

중앙일보

입력 2021.11.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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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은 전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다. 해 뜨는 시간 상공 500m에서 내려다보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진다. 열기구가 바위기둥 사이를 곡예 비행하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은 전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다. 해 뜨는 시간 상공 500m에서 내려다보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진다. 열기구가 바위기둥 사이를 곡예 비행하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전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인간을 한낱 미물로 압도하는 대자연의 비경과 수없이 조우한다. 하나 그 대자연이 누천 년간 인간에 터를 내준 땅이라면 비경이라 하기 어렵다. 비경이란 문자 그대로 숨은 땅이어서다. 그럼 전 세계의 버킷 리스트라는 터키 카파도키아는? 예외로 두자. 그렇지 않고서는 이 미스터리한 장관을 이해하기 어렵다. 카파도키아는, 4000년 전부터 사람이 떠나지 않는 천혜의 비경이다.

터키도 열렸다.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나라 터키도 예전 같은 한국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11월 중순 터키 관광청 초청으로 열흘간 터키를 다녀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터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카파도키아 여행법을 소개한다.

열기구 체험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여행의 거점 도시다. 사진은 괴레메의 랜드 마크 우츠히사르성.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여행의 거점 도시다. 사진은 괴레메의 랜드 마크 우츠히사르성.

오전 7시. 스르르 열기구가 떠올랐다. 조종사를 포함해 모두 16명을 태운 대형 열기구가 막 이륙했다. 이미 머리 위론 커다란 동그라미 수십 개가 떠다녔고, 발아래 바위기둥 틈에선 작은 점들이 이따금 불을 밝히며 다가왔다. 어느 순간 괴레메(Goereme) 하늘에 100개가 넘는 점이 박혔다. 장관이었다.

“I am a crazy pilot!(난 미친 조종사다!)”

카파도키아는 계곡 트레킹 명소로도 유명하다. 붉은 계곡은 석양이 고운 계곡.

카파도키아는 계곡 트레킹 명소로도 유명하다. 붉은 계곡은 석양이 고운 계곡.

열기구가 20∼30m 상공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더니 버섯 모양의 바위기둥 사이를 파고들었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바위기둥에 접근했을 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조종사가 한바탕 웃더니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은 운이 좋습니다. 이제 해를 보러 갑시다.” 마침 서풍이 분 게다. 희붐해진 동쪽 언덕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열기구가 언덕을 넘어가자 멀리 지평선에서 누런 해가 떠올랐다. 일출을 맞이하러 하늘을 나는 여행이라니. 순간 울컥했던 것도 같다.

비둘기 계곡은 옛날 기독교인이 비둘기를 키웠던 계곡이다. 지금도 계곡 아래 동굴에 사람이 산다.

비둘기 계곡은 옛날 기독교인이 비둘기를 키웠던 계곡이다. 지금도 계곡 아래 동굴에 사람이 산다.

어느새 열기구는 상공 500m까지 올라갔다. 바람 한 점 없었다. 잔잔한 물결을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비현실적인 장면이 고장 난 화면처럼 계속 흘러갔다. 이윽고 열기구가 착륙했다. 전 세계 관광객 저마다 언어로 무용담을 떠들었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이 왜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인지 알 것 같았다. 꿈 같은 1시간이었다.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여행의 거점이 되는 도시다. 괴레메에서 열기구가 뜬다. 코로나 사태 전 괴레메 열기구 요금은 1인 200∼250유로(약 30만원)이었다. 코로나 사태 직후엔 두어 달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1인 요금이 50유로(6만∼7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올여름부터 서서히 올라 70유로(9만∼10만원)까지 회복했단다.

동굴 도시

위르귀프 시내 동굴 집. 해가 지면 조명이 들어온다.

위르귀프 시내 동굴 집. 해가 지면 조명이 들어온다.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도시 이름이 아니다. 행정구역도 아니다. 우리네 호남이나 영동처럼 예부터 내려오던 지역 개념이다. 지리적으로 터키의 주 영토인 아나톨리아 반도 중앙의 고원 지대를 이르나, 카파도키아란 이름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질학적 가치와 4000년을 헤아리는 역사적 맥락, 그리고 이러한 특징에 기반한 독보적인 관광 명소란 위상이 섞여 있다.

카파도키아의 평균 해발고도는 1000m 안팎이다. 먼 옛날 화산 폭발로 고원 지대가 형성됐고, 차례로 쌓인 응회암과 현무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며 오늘과 같은 기기괴괴한 암석 지형이 만들어졌다. 외계 행성과 같은 카파도키아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괴레메의 동굴 카페와 동굴 레스토랑.

괴레메의 동굴 카페와 동굴 레스토랑.

카파도키아 역사는 BC 1800∼12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기 문명을 처음 선보인 히타이트 제국이 여기 카파도키아에서 일어났다. 이후 여러 주인이 이 땅을 거쳤다. 비잔틴 제국이라 불렸던 동로마 제국, 셀주크 투르크와 오스만 투르크가 차례로 차지했고 현재는 터키 영토가 됐다. 카파도키아에는 고대 문명과 기독교 유산, 이슬람 문화가 어지러이 엉켜 있다.

항아리 케밥

항아리 케밥

카파도키아가 위대한 땅인 건, 이 불모의 사막에 4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어서다. 바위에 동굴을 파고서 그 안에 들어가 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굴에 사람이 산다. 오늘날 동굴은 카파도키아 최고의 관광자원이다. 수많은 동굴 호텔과 동굴 레스토랑, 동굴 카페가 영업 중이다. 협곡 아래 동굴을 찾아다니는 트레킹 코스도 수두룩하다. 하여 카파도키아 여행은 동굴 여행이다. 동굴에서 항아리 케밥을 먹고 동굴에서 전통 차 ‘차이’를 마시고 동굴에서 잠을 자고, 동굴을 찾아 걸어야 한다.

지하 도시

괴레메 야외 박물관 동굴 교회는 벽화로 유명하다. 사진은 버클 교회 벽화. 9세기 작품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동굴 교회는 벽화로 유명하다. 사진은 버클 교회 벽화. 9세기 작품이다.

카파도키아는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이다.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어서 복합유산이다. 카파도키아 세계유산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괴레메 야외 박물관이다. 동굴 교회 서른 개가 모인 계곡 지역이다. 이곳의 동굴 교회는 서기 7∼12세기 지어졌고, 동굴 교회 내부 벽화는 9∼14세기 작품이다.

동굴 교회 이름이 별나다. 사과 교회, 뱀 교회, 샌들 교회, 버클 교회 등등. 1950년대 동굴 교회가 발견됐을 때 붙였던 별명이 이름처럼 굳어졌다. 개중에서 ‘어둠의 교회’가 제일 특별하다. 11세기에 그렸다는 벽화가 100년 전 그림보다 더 선명하다. 이유가 있다. 이 동굴에는 빛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어둠의 교회다. 볕이 잘 안 드는 데다 가장 늦게 발견돼 아직도 그림이 형형하다. 동굴 교회 벽화의 예수와 성인 얼굴 대부분이 훼손됐다. 일부 무슬림의 소행이라고 한다. 동굴 교회를 허물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부 촬영이 금지된 동굴 교회 네 곳 가운데 두 곳에서 촬영 허가를 받았다. 운이 좋았다.

데린쿠유 지하 도시. 지하 55m에 숨어 있다.

데린쿠유 지하 도시. 지하 55m에 숨어 있다.

괴레메 외곽 데린쿠유는 ‘지하 도시’로 유명한 마을이다. 지하 도시는 6∼7세기 기독교 유산이다. 원래는 히타이트의 지하 창고로 쓰였던 동굴을 기독교인이 비상 대피소로 쓰기 위해 더 깊고 넓게 팠다. 동쪽에서 아랍인이 넘어오면 지하로 들어가 몇달을 버텼다고 한다. 이름만 도시가 아니다. 최대 1만 명이 지하에서 살았다. 깊이가 최대 100m에 이른다. 현재 개방된 지하 도시는 지하 55m 7층까지다. 거실, 부엌, 와인 창고, 교회, 학교, 가축우리도 갖췄다.

지하 도시 안은 비좁고 갑갑하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내릴 땐 허리 숙이고 무릎 굽힌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야 한다. 이런 데서도 사람이 살았다. 차라리 기가 막혔다.

여행정보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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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터키에 입국할 때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터키 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터키는 요즘에도 하루 평균 확진자가 2만 명이 넘지만, 현지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다.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카파도키아 열기구는 겨울에 안 뜨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 심해서다. 국내 여행사들이 7박 9일 터키 일주 패키지상품을 100만원 대에 판매하는데, 현지에서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출발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야 한다. 12월부터 터키항공이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주 4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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