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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변호사서 변신…노동·재무장관 지내, 최고 인기 정치인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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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일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 내정자. 숄츠는 다음달 6~9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투표를 거쳐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 내정자. 숄츠는 다음달 6~9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투표를 거쳐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신호등이 켜졌다. 연정은 이제 독일을 이끌 준비가 됐다.”

독일 올라프 숄츠(63) 총리 내정자는 24일(현지시각) 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간 이른바 ‘신호등 연정’ 합의 사실을 이같이 발표했다. 숄츠는 다음 달 6~9일 독일 연방의회 투표를 거쳐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사민당 대표로서 지난 9월 총선을 승리로 이끈 숄츠는 16년 만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독일 정부 새 수장으로 나선다.

메르켈 정부에서도 재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았던 숄츠는 독일 국민에게 친숙한 정치인이다. 지난 2018년 재무장관 취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50%를 넘기며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에 등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지난 9월 총선에서 독일이 직접 투표로 총리를 선출했다면 숄츠는 메르켈 뒤를 이어 이미 차기 총리가 됐을 것”이라며 “숄츠 인기 덕분에 사민당이 전후 역사상 네 번째로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정치 경험도 풍부하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의회를 두루 거쳤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 사민당에 입당한 그는 열정적인 사회주의자였다. 노동 변호사로 10년간 일한 뒤 40살이던 1998년 하원에 입성했고, 이후 사민당 마지막 총리였던 슈뢰더 정부 당시 사민당 사무총장을 맡아 노동 개혁을 추진했다. 2007년 메르켈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내다가 2011년 함부르크 시장에 선출됐고, 재무장관에 취임할 때까지 7년간 자리를 지켰다. 현재는 “좌우를 아우르는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숄츠를 “그동안 과소평가된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총선을 앞두고 한동안 술을 끊고 12㎏을 감량하며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와 가까운 인사에 따르면 숄츠는 2011년부터 총리를 꿈꿨다. 그는 3년 전 당 지지율이 최악일 때도 NYT에 “사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숄츠는 늘 긴 게임을 해왔다”며 “그와 정치적으로 적대 관계인 이들조차 그의 정치적 본능과 체력, 조용한 자기 신념에 감탄한다”고 평가했다.

숄츠 총리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이 꼽힌다. 주택부족 문제와 벨라루스 사태로 극심해진 난민 문제도 그 앞에 산적한 과제다. 연정은 당초 계획보다 8년 앞당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유럽연합(EU) 제안대로 2035년까지 중단키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대마초 합법화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연정 파트너들 간 이념적 간극을 조율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당의 환경정책과 시장주의자인 자민당의 재정정책이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NYT는 “정치적 유연성이 그를 완벽한 지도자로 만들 수 있다”면서도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문제에 몰입하다가 자칫 국제사회에서 메르켈만큼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렌버그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슈미딩은 “숄츠는 연정을 유지하는 한 국제적으로 강력한 지도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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