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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 파장…현직판사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비판

중앙일보

입력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헌재는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148조의2의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헌재는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148조의2의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25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린 조항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제148조2 1항을 위헌 결정하면서 해당 결정이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조항이나 음주측정거부 조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 가중처벌하게 하는 조항이다.

헌재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을 따져 해당 조항이 7대2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면서 과거 음주 운전 행위와 재범 음주 운전 사이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음주 운전이 10년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10년 후의 재범이 사회구성원의 생명·신체를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전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제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것이다.

또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과거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의 종류 등에서 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현행법대로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행까지 지나치게 엄하게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현직판사 "10년 후 음주 재범은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 우려 

하지만 이런 헌재 판단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방법원의 A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A부장판사는 “헌재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10년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단순 위헌으로 결정을 해서 법적 안정성에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실제 이 조항은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음주 운전 교통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의 이름을 따 개정된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 중 하나다. 윤창호법은 크게 ①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재범자를 가중처벌하고 음주운전 적발 기준을 강화한 조항과 ②특정범죄 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사상)을 개정해 음주운전 사고를 낸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게 한 조항으로 나뉜다.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강한 처벌을 법제화하기 위해 바뀐 법인데 이번 헌재 결정은 도로교통법 일부조항에만 해당된다.

확정시 재심청구 가능…처벌공백은 미미할듯

이날 헌재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에 따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조항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면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1회 적발 시의 조항’을 적용해 음주 운전 등을 처벌할 수 있다.

위헌 결정이 난 148조의2 1항은 음주 운전금지 위반, 음주측정 불응 위반 2회 이상의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148조의2 3항은 음주 운전자에 대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0.08% 미만일때 1년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이상~0.2%미만 일 때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일 때 2년 이상 5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교통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한 현직 판사는 “1회 음주운전금지 위반 시의 처벌 조항이 148조2 3항에 있으므로 처벌공백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고 혈중알콜농도가 0.2%미만인 운전자를 처벌하는 데 있어 양형을 비교적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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