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일 강경?그건 오해…난 한마디로 실용외교주의자"

중앙일보

입력 2021.11.25 18:20

업데이트 2021.11.25 18:40

반성과 쇄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서의 ‘실용 노선’을 제시했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강성'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유연한 실용적 면모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인사말에서 “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실용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보수·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이는 외교·국방·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을 위한 경제외교를 강화하겠다”, “한·미 동맹의 고도화와 미래지향적 한중관계도 튼튼하게 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북핵 문제의 한국 정부 주도성을 높여 가겠다”라면서도 “남북 합의의 일방적 위반·파기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할 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北에 유화·강경책 열려 있어…‘북핵 빅딜’은 낭만적 접근”

이 후보는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전쟁 상태를 끝내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나아가서 서로에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함께 공동 번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 정책의 계승자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자신의 ‘국익 중심’ 노선을 병행시킨 것이다.

특히 방법론에선 현 정부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북한에) 유화책을 채택할 것인지 강경책을 채택할 것인지는, 객관적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유화적 방식이 제재 정책보다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 접근 구상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 접근 구상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노이 회담에서 시도됐던 북핵 ‘빅딜’ 시도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탑-다운’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시도한 것은 매우 유용했다”면서도 “문제는 내용인데,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했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문제들이 있는데, 이걸 단칼에 해결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도에 가깝지 않았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빅딜’의 대안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 행동’이라는 해법을 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 나선다…징용 판결 집행 않는 건 불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간담회에선 최근 교착 국면에 빠진 한·일 관계 해법도 핵심 쟁점이었다.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오부치 총리가 밝힌 식민 지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 그 기조를 일본이 지켜나간다면 얼마든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기자들은 “강경발언을 해 온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예전에 일본을 ‘적성 국가’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대일 강경 태도를 취한다고 하는 것은 한 측면만을 본 오해”라며 “한국과 일본은 가장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또 “개인적으로 일본 국민들을 사랑하고, 그분들의 검소함과 성실성, 예의 바름에 대해 매우 존중한다”, “여러 차례 방문했을 때도 정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한·일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선 “가해 기업과 피해 민간인 사이에 이뤄진 판결을 집행하지 말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피해자들은 돈을 받는다는 건 다음 목적이고, (우선) 사과를 받아야 되겠다는 것”이라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진지하게 사과하면, 마지막 남은 배상 문제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5년 전보다 유연해진 李…‘日 우익’은 계속 비판

이날 이 후보가 향후 적극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약속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과거보다 한층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5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일본은 우방 국가이지만,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 여러 태도를 보면 군사적 측면에서 적대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해 일본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던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까지 백발이었던 머리카락도 검은색으로 물들이고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일본 우익 정치권에 대해선 이날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현실적으로 권한을 가진 정치세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본다면, 특정 시기에는 (한국을 침공했던) 대륙 진출의 욕망이 얼핏 스쳐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일보 코라시아포럼에서도 “일본 정계가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대한민국 국익을 지킨다는 면에서 뚜렷하게 입장을 표명해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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